셧다운제를 찬성한다. 아주 적극적으로. 이런 주장을 하면 욕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개인적 이해관계나 경험 때문이라는 의심도 한다. 그러나 천만에. 아이들은 이미 대학생이니 설령 적용대상을 만 19세 미만으로 하더라도 아무 상관이 없다. 게임으로 크게 속을 썩게 한 일도 없다. 그러니까 남의 일이니까 맘 놓고 '막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규제를 좋아할 사람은 없다. 특히 당사자는. 셧다운제도 마찬가지다. 규제에는 반드시 희생이 따른다. 게임을 좋아하는 16세 미만 청소년들, 그것을 팔아 돈을 버는 게임 관련업체들과 그들에 동조하는 일부 인권단체와 언론, 학자들이다. 그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셧다운제를 반대한다. 며칠 전 문화연대가 내놓은 '셧다운제를 반대하는 10가지 이유'가 그 종합에 해당될 것이다.
10가지는 이렇다. 셧다운제는 유명무실하고, 위헌적 발상이며, 인권과 문화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졸속이며, 이중규제에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시선이고, 게임문화산업만 위축시키고, 개인정보 관리의 위험성을 높이고, 부모의 교육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제도 보완으로 실효성 살리길
지금의 셧다운제가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그런 점에서는 어제 국회에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돼 11월부터 시행할 셧다운제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도 불만이 많다. 적용 연령(만 16세 미만)과 시간(자정~오전 6시)부터가 그렇다. PC에서만, 그것도 다중접속 온라인게임만 규제하겠다는 것도 그렇다. 스마트폰을 가진 70만 명의 청소년들은 앞으로 2년 동안 마음대로 게임을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면 된다. 한국입법학회가 3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청소년의 94.4%가 그렇게 해서라도 게임을 계속하겠다고 답했다. 아니 그럴 필요조차 없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로 꼽히는 엔씨소프트는 셧다운제 도입을 비웃기라도 하듯, 주민등록번호 등 본인 인증 없이 이메일 주소만 입력하면 게임을 할 수 있는 얄팍한 편법을 내놓았다. 청소년들이 게임만 하지 말고 호연지기를 기르도록 하기 위해 프로야구단까지 창설했다는 말이 가소롭다.
셧다운제가 허점투성이여서 실효성이 의심된다면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좀 더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 본인인증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갖가지 변칙과 탈법 이용을 막아야 한다. 셧다운제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전체 청소년의 12.4%(877만명)가 게임중독에 빠진 심각한 현실을 인정한다. 그에 따른 엄청난 사회적 손실도 걱정한다. 그러면서 그것을 막을 아무런 사회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이럴 때 등장하는 것이 두 가지다. 하나는 청소년들의 인권과 문화적 결정권, 또 하나는 게임산업이다. 셧다운제가 놀 권리, 문화향유의 권리를 빼앗는다는 것이다. 게임은 문화이고 유해물도 아니지만 '중독'이란 치명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아직 사회적 보호대상인 청소년들에게 무작정 그것을 누릴'자유'를 주는 것이 사랑이고 인권은 아니다.
게임중독에 업계도 책임 져야
정부의 지나친 문화산업논리는 게임업체들의 사회적 양심과 책임의식까지 흐리게 만들었다. 사회적 부작용이 생기건 말건 산업만 성장하면 된다, 셧다운이 발목을 잡는다는 식이다.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업계 매출액은 7조 8,500억원으로 전년보다 19.3%나 증가했다. 그러나 그 중 해외수출은 2조원도 안 돼 여전히 국내 시장이 압도적이다. NHN이 무려 6,071억원, 엔씨소프트가 2,05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사이 9,000억원의 게임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생겼다. "우리 탓이 아니다"라고 말하지 마라.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
셧다운제가 얼마나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다. 타율적이긴 하지만 이제부터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과 중독에 대한 태도와 관심이 달라질 것은 분명하다. 사회적 환경이 가져온 상처를 개인 잘못으로만 돌린 채 방치하는 사회는 불행하고 희망도 없다. 더구나 그 상처의 주인공이 청소년들이라면.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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