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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사이드/ 바람 잘 날 없는 '아랍·아프리카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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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사이드/ 바람 잘 날 없는 '아랍·아프리카의 봄'

입력
2011.04.29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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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재 무너져도 혼란만… 기로에 선 '민주화 들불'

튀니지 23년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재스민 혁명'으로 촉발된 중동ㆍ아프리카 반정부 시위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민주화 열기는 이집트의 독재정권까지 무너뜨리면서 이 지역을 세계사적 전환점의 중요한 무대로 탈바꿈시켰다. 그렇지만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 퇴진 이후 이 지역의 독재국가들은 시위에 대한 유혈진압을 불사하는 등 민주화 열기 확산 저지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리비아 사태에서 보듯 국제사회의 개입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추가적으로 독재자를 축출하지 못하고 '찻잔속의 폭풍'에 그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냉정한 현실이다.

민주화 시위는 계속되고 있으나…

재스민 혁명 이후 자유와 평등에 눈을 뜬 국민들의 시위는 거침없이 번졌다. 이집트에 이어 리바아, 예멘, 시리아 등 튀니지 인접국은 물론이고 스와질란드, 우간다, 아제르바이잔 등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과 서남 아시아까지 민주화 시위는 번져가고 있다. 변화를 갈망하는 젊은 층의 열정과 결집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급속한 전파력을 무기 삼아 도도한 반정부 시위의 물결을 만들어냈다.

특히 식량위기와 청년실업자의 급증 등 이 지역의 경제적 현실은 민주화 시위의 도화선이 되기에 충분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먹고 사는 문제는 폭동을 일으키는 근원"이라며 "식량문제를 국제사회가 해결하지 못하면 시위는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혁명을 이뤄냈다고 해서 안정이 당연히 자리를 잡는 것은 아니다. 재스민 혁명의 나라 튀니지의 경우 24일로 독재자가 도망간 지 100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수도 튀니스 거리에는 일자리를 요구하고 개혁을 주장하는 시위대로 가득하다. 정당마저 50개 이상 난립하고 있다. AP통신은 "7월 총선이 예정돼 있지만 강한 리더십으로 군중을 휘어잡을 지도자가 나오기 전까지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몰아낸 이집트에선 표면적으로 개혁의 수순을 밟고 있다. 기득권 세력이던 군부는 6개월 이내에 민주적 대선을 치르겠다고도 했고, 비상계엄령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개헌안을 국민투표를 통해 가결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군을 모욕했다는 혐의로 블로거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는 등 강경 통치로의 회귀 조짐을 보여 국민들을 또다시 분노하게 만들었다.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성지로 떠오른 타흐리르 광장에는 반군부 시위대가 다시 등장했다. 군부는 분노한 민심을 방치해서는 안되겠다고 판단한 듯 무바라크 3부자를 구속하는 등 과거사 청산의 가시적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혁명은 이어질 수 있을까

독재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튀니지식 시민혁명은 국제사회의 개입이 전혀 없다면 당분간 실현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각 나라의 정치적 상황 등 여건이 다른데다, 위기감을 느낀 기존 정권이 무력을 앞세워 시위 진압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무력 개입한 리비아의 경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아랍연구기관인 브루킹스도하센터의 이브라힘 샤퀴 부회장은 "튀니지와 이집트의 독재자 축출이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 민주화 시위를 촉발한 것은 사실이나, 각 국이 처한 현실이 달라 시위 결과는 내전, 종교분쟁 등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페리얼 세리프 미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정치학과 교수는 "시리아의 경우 시민단체가 이집트의 5분의 1밖에 안돼 시위가 정권교체를 할 정도로 조직적으로 진행되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정부 시위에 공동대처하기 위해 산유국들의 결집력이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뉴아메리카 재단의 중동전문가 파락 카나 연구원은 "걸프협력협의회 회원국들이 리비아 내전 등에 개입하면서 결속력을 다지고 있는 등 왕정 독재 등을 유지하고 있는 산유국들의 영향력이 앞으로 더욱 막대해 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 민주화 배후에 알카에다… 새 변수에 속타는 미국

"알카에다는 예멘과 같이 정치적으로 취약한 나라에서 번성한다."

아랍권 민주화 혁명의 혼란을 틈타 알카에다가 세력확장에 나서자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크리스토퍼 뷰섹이 내린 진단이다. 알카에다의 재등장과 이에 대한 미국의 대테러 정책이 아랍권 민주화 혁명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예멘 남부 아비안주 자르 지역의 무기공장에서 폭발사고로 100여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소총과 탄약 등 무기를 노린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AQAPㆍ예멘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알카에다 지부)의 소행이었다. 앞서 27일에는 예멘 동부 마레브주에서 알카에다 무장대원과의 충돌로 정부군 6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부상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4일 알카에다가 리비아 말리 북부지역을 통해 지대공 미사일과 러시아제 대전차 로켓, AK소총 등의 무기를 밀반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카에다가 내전의 혼란을 이용해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알카에다의 존재가 아랍권 민주화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한데 최근 대통령 퇴진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는 예멘이 대표적이다. 33년째 장기 집권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은 걸프협력협의회(GCC) 중재안을 수용, 30일 내 퇴진키로 했지만 미국이 마냥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살레의 퇴진을 우려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주고 있다. 그 동안 살레를 통해 대테러전을 전개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살레 정권에 연간 1억5,000만 달러를 지원하며 연합작전을 펼쳐왔다. 그런 만큼 살레의 퇴진은 미국으로선 대테러전 거점의 상실을 의미한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살레 정권의 붕괴는 미국의 대테러 작전 수행에 실질적인 문제를 노출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었다.

미국은 리비아 반카다피 시민군 세력의 지원에도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시민군이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다는 의혹도 그런 태도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총사령관은 지난달 29일 미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 출석, "리비아 시민군에 테러리스트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징후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와 행정부 일각에선 알카에다가 리비아 시민군을 통해 무기를 반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미국이 비무기 분야 등으로 시민군 지원에 제한을 두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릭 넬슨은 27일 CNN방송에 나와 "미국이 리비아 사태 개입 정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우선적인 고려 순위는 알카에다"라고 분석했다. 리비아 시민군과 알카에다의 연계설이 리비아 사태 장기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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