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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겉도는 교육행정에 신음하는 교육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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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겉도는 교육행정에 신음하는 교육현장

입력
2011.04.2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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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절박한 문제는 학생인권조례나 창의적 체험학습 같은 게 아니다. 교육계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뜬구름 잡는 주장과 실험으로 춤추는 동안 학생과 교사들은 어설픈 이념과 성급한 개혁이 뒤범벅된 도떼기시장에서 표류하고 있다.

'개정교육과정, 학교는 몸살'이라는 제목으로 26일부터 4일간 한국일보에 연재된 교육기획은 겉도는 교육행정에 지향점 없이 떠도는 학교현장의 실상을 총체적으로 드러냈다. 이명박 정부의 2009 개정 교육과정은 교과부담 경감과 창의ㆍ인성교육 강화를 내세웠으나, 무리하게 1년이나 앞당겨 적용하면서 반발과 혼선을 낳고 있다. 교과부담이 오히려 늘었다는 응답이 64.5%, 창의적 체험학습의 효과를 부정하는 응답이 83%나 되는 한국교총의 설문은 이런 상황을 웅변한다.

교육과정이 9년간 11번 바뀌어 '보도블록보다 자주 교체된다'는 비아냥을 듣는다니 화가 치밀 정도다. 너무 자주 바뀌다 보니 초등 4, 5, 6학년 사회, 역사, 과학, 실과 교과 내용이 곳곳에서 중복ㆍ누락되고, 땜질 수업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급변하는 지식과 사회적 요구를 신속하게 반영'하기 위해 2003년 교육과정 수시개정체제를 도입한 결과인데, 이념 과잉의 어쭙잖은 현대사 기술 외에 교과서 출판사 매출 올려준 일 말고 뭐 그리 대단한 발전이 있었나 싶다.

가장 개탄스러운 건 교과서다. 전반적으로 구성과 서술이 난삽하다. 문제가 되는 초등 6학년 사회 국정교과서 1장을 보면 '우리 경제의 특징'이라는 절에 밑도 끝도 없이 '자유와 경쟁'을 특징으로 내세운다. 다른 경제체제에 대한 설명도 없이 뭐가 특징이란 말인가. 그럴 바엔 '우리 경제의 기본 이념'을 절의 제목으로 해야 옳다. 초등 쓰기ㆍ읽기 교과서도 마찬가지다. 마땅히 사물과 현상에 대해 관찰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감수성과 사고력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논술의 기술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개발과 집필, 감수 과정에 보다 높은 지성들의 참여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계에 정치 바람을 타는 선무당들이 판치게 된 게 이 모든 현상의 원인이다. 이걸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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