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어딘가 무지개 너머 하늘 높은 곳에/자장가에서 한번 들었던 나라가 있지/저기 어딘가 무지개 너머 하늘 푸른 곳에…' 익히 알듯 1939년 뮤지컬영화 에 삽입된 주제가 의 가사다. 미 캔자스 초원의 외딴집 소녀 도로시 역을 맡은 주디 갈란드가 꿈꾸듯 불렀던 이 노래는 들을 때마다 왠지 어릴 적의 아련한 동경과 그리운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70년이 넘도록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이유일 것이다. 에서 토네이도는 무지개 너머 동화의 나라로 갈 수 있는 환상의 교통수단이었다.
■ 토네이도는 한마디로 소용돌이치는 상승기류다. 회전운동이 지속되려면 방해물이 없어야 하므로 주로 광활한 평원이나 바다에서 발달한다. 산악지형인 우리나라에선 김해평야 정도에서 가끔 소규모 돌풍이 일지만, 바다의 토네이도인 용오름(용이 하늘로 오른다는 뜻이다)은 동ㆍ남해에서 꽤 잦다. 특히 울릉도 근해에선 2000년대 들어 거의 매년 높이 수백m의 거대 용오름현상이 보고되고 있다. 우리 역사서에 자주 비치는 '물고기 비'나, 요즘도 거센 소나기 뒤끝 시골집 마당 등지에서 간혹 발견되는 미꾸라지 떼도 크고 작은 용오름 효과다.
■ 그러나 실제 토네이도에 동화 속 낭만이나 승천하는 용의 상서로움 같은 건 없다. 어쩌지 못할 공포의 자연재앙일 뿐이다. 1931년 미네소타에서 달리는 기차를 하늘로 날려보낼 정도로 무시무시한 위력을 지녔다. 27일 미국 남부 8개 주를 토네이도가 휩쓸고 지나간 뒤의 참상도 쓰나미에 당한 일본 해안마을과 다를 게 없다. 피해지역은 남쪽 멕시코만의 습한 공기와 서쪽 로키산맥을 넘어온 건조한 공기가 만나 거대한 대류작용이 일어나는 중부 평원지대다. 이번엔 화를 면했지만 도로시의 고향 캔자스도 이곳에 인접한 상습 피해지역이다.
■ 토네이도의 정확한 실체는 여전히 미궁이다. 1996년 영화 에 주인공 과학자가 토네이도 내부로 관측기구(이 기구의 이름도 도로시다)를 넣어 날리는 장면이 있지만, 실제론 근접관측이 워낙 어려운 때문이다. 다만 몇 년 새 토네이도 발생빈도가 급증하고 강도도 높아지는 원인을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라니냐 현상과 연관시키는 분석들이 최근 주목 받는다. 결국 인간의 탐욕과 무분별이 진짜 원인이라는 것이다. 매번 나오는 상투적인 자학결론쯤으로 넘겨버리기엔, 요즘 들어 유난해진 대형 연쇄재난은 확실히 심상치 않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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