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인도에게 굴욕을 당했다."
인도 국방부가 110억 달러 규모의 전투기 구매 협상 대상에서 미국 업체들을 제외시키고 유럽을 선택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2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 국방부는 최근 미국 전투기 제조업체인 보잉과 록히드마틴사에 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중형 다기능전투기 도입협상에서 제외됐다는 서한을 전달했다. 보잉의 F/A-18 슈퍼호네트기와 록히드마틴의 F-16 슈퍼바이퍼기가 인도의 기술적 요구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 대신 인도 국방부는 최종 협상 후보로 라팔 전투기를 생산하는 프랑스 닷소와,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를 생산하는 유럽 EADS 등으로 압축했다. 인도는 1년 안에 최종 전투기 제조사를 결정할 계획이다.
세계 최고의 전투기 생산국으로 자부하며 엄청난 로비를 벌여 온 미국으로서는 인도 국방부의 이 같은 결정에 한방 맞은 표정이 역력하다. 더구나 미국은 2008년 인도에 민간 핵기술을 이전하고 연료를 공급하는 미국-인도간 핵협정의 대가로 이번 전투기 조달사업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FT는 "이 결정은 양국간 전략적 유대관계 강화를 위해 처음으로 미국 전투기를 구매할 것으로 기대했던 미국 측에 충격을 줬다"고 전했다. 티모시 로머 인도 주재 미국 대사도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로머 대사는 개인적인 이유로 사임의 뜻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전달했지만, 언론들은 전투기 구매 협상에서 미국이 탈락한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에 인도 정부 측은 러시아와 스웨덴 역시 협상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전투기 구매협상은 인도와 미국의 관계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이번 건으로 양국 관계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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