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위로하고 존경하고 지키겠습니다.'
29일(현지시간) 전 세계의 눈은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자와 평민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이 거행된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집중됐다. 영국은 그야말로 한바탕 축제의 장이었다.
이날 오전 11시 1977년식 롤스로이스 팬텀 6를 탄 신부 미들턴이 사원 앞에 등장하며 관중들의 환호는 정점에 달했다. 미들턴은 밖에서 안을 볼 수 있도록 특수 개조된 차 안에서 미소를 띤 채 손을 흔들며 시민들의 환호에 답례했다. 분단위로 짜인 일정대로 결혼식은 차분히 진행됐다.
신부가 사원으로 들어서자 고(故) 다이애나비의 장례식에서 불렸던 찬송가인 '전능하신 여호와여'가 울려 퍼졌다. 미들턴은 영국 왕실의 관례인 순종한다는 서약대신 "그를 사랑하고 위로하고 존경하고 지키겠다"는 현대판 서약을 했다. 윌리엄 왕자는 미들턴에게 전통에 따라 웨일스산 금으로 만든 반지를 끼워줬다. 이 반지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모후가 1923년 결혼식때 끼었던 것으로, 81년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결혼식에 쓰였던 것이기도 하다.
윌리엄 왕자는 결혼 예복으로 버킹엄궁 근위병 교대식으로 일반인에게 친숙해진 영국 육군의 붉은색 코트 제복을 입었다. 이 제복은 아프가니스탄전에 참가하고 있는 영국 육군 아이리시 가드 보병연대의 명예 대령 복장. 아프간 전장의 동료들에게 경의를 표시하고 군 복무에 헌신하는 왕족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시간 15분에 걸친 결혼식 본식이 끝나고 낮 12시15분 일반 시민과 관광객 100만명을 위한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윌리엄 커플은 1902년에 제작된 마차를 타고 의사당 앞과 정부청사가 늘어선 화이트홀 등을 거쳐 버킹엄궁까지 이동하며 시민들에게 화답했다.
수많은 인파는 결혼식의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인 두 사람의 입맞춤을 보기 위해 버킹엄궁 앞으로 몰려갔다. 오후 1시25분 두 사람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버킹엄궁 발코니에 등장했다. 두 사람은 수줍은 키스를 했으나 시민들의 환호에 보답이라도 하듯 5분 후 또 한번의 입맞춤을 하는 등 두 번의 키스로 눈길을 끌었다.
오후에는 또 예정에 없던 허니문카 깜짝쇼도 벌어졌다. 윌리엄 왕자가 ' JU5T WED'라는 번호판에, 꽁무니엔 깡통 풍선 등을 매단 애쉬턴 마틴 스포츠카에 신부를 태운 채 버킹엄궁에서 인근 클래런스하우스까지 직접 운전을 한 것.
이날 내내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비가 올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흐린 날씨 속에 시민들은 새벽부터 사원 부근과 의회 앞 등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대부분의 결혼식 행사가 끝난 뒤에도 거리에서 춤을 추고 깃발을 흔들며 파티를 벌였다.
이날 세상에서 가장 바쁜 하루를 소화한 두 사람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주최 오찬, 찰스 왕세자 주최 만찬에 참석한 뒤 버킹엄궁에서 첫날밤을 보내는 것으로 세기의 결혼을 마무리 지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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