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일색의 대중문화 시장에서 '7080 콘서트'와 '세시봉'으로 대표되는 '추억소비' 열풍이 불면서 이 바람의 주역인 뉴 시니어 세대가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뉴 시니어 세대란 은퇴를 앞둔 50대 베이비붐 세대로, 이미 은퇴한 기존 실버 세대와는 다른 특성을 지닌 새로운 세대이다. 많은 기업들도 이들에 주목하며 관련 상품이나 마케팅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뉴 시니어 세대는 검소를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이전 실버 세대와는 달리 다양한 소비경험을 바탕으로 필요한 것이라면 아끼지 않고 쓸 줄 아는 특징이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총 인구 중 뉴 시니어 세대의 비중이 14.4%를 넘어섰고, 가구주가 뉴 시니어인 가구의 소비지출 비중이 국내 전체 소비의 22.5%에 이른다.
뉴 시니어 세대가 이전 세대와 다른 것은 그 동안의 삶의 이력과 무관치 않다. 실버 세대는 한국전쟁 전후의 어려웠던 시절에 청ㆍ장년기를 보내느라 학력수준이 낮고, 먹고 사는 생계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경제성장의 혜택은 뒤늦게야 볼 수 있었다.
이와 달리 고등교육을 받은 비중이 높은 뉴 시니어 세대는 1980년대 초반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 이후 '3저 호황' 아래 고도 경제성장을 경험했다. 80년대 후반 가정형성기에는 부동산 붐을, 2000년 이후 중년의 자산 축적기에는 자산시장 팽창을 고스란히 누렸다. 2010년부터 은퇴시기를 맞으며 삶의 여유를 되찾은 뉴 시니어들은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깊은 향수를 느끼고 있다.
뉴 시니어 세대는 특유의 성취감과 자긍심으로 적극적인 소비활동의 주체로 부상하기는 했으나, 자녀의 독립과 은퇴라는 새로운 라이프사이클 단계에서의 변화에 대한 불안감도 적지 않다. 강력한 가족계획 정책이 시행되던 시기에 가정을 형성했던 뉴 시니어들은 대부분 2명 이내의 소자녀 가정을 이뤘지만, 은퇴 이후 따로 살기를 원하는 등 자녀의 부양을 기대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결국 뉴시니어 세대는 스스로 노후를 책임지고자 하는 첫 세대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0대 이상 중ㆍ고령자의 경우 10명 중 7명은 노후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의 노년을 멋지게 가꾸고 투자할 의지가 높은 데 반해, 재무적 준비는 미흡한 실정이다.
하지만 아직 늦지는 않았다. 뉴 시니어 세대의 은퇴는 이제 막 시작됐고 연령에 따라서는 아직 10년의 준비기간이 남았다. 그럼 이제부터라도 재무적 준비를 시작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은퇴 후 활용할 연금 자산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 은퇴 이후에는 목돈보다 현금흐름이 유용하다. 목돈을 갖고 있으면 매월 얼마씩 써야 할지 관리의 어려움이 있지만, 연금과 같은 현금흐름을 마련하면 이런 걱정 없이 노후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금은 최소 10년 이상 투자해야 자격이 주어지거나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50대 초반이라면 서둘러야 한다. 만약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면 모자라는 기간만큼 추가로 투자하면 된다.
그동안 모안 둔 목돈을 '종신형 즉시연금' 같은 상품에 넣는 것도 방법이다. 종신형 즉시연금은 한꺼번에 목돈을 넣으면 계약한 달의 바로 다음 달부터 사망할 때까지 연금이 지급되는 상품이다. 다만 이 상품은 중도해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지출해야 할 큰 비용은 떼어놓고 가입해야 한다.
다음은 의료비 차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연간 1인당 진료비는 250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전체 평균 진료비의 3배가 넘는 금액이다. 60세 이상 파산의 원인 중 하나가 의료비 지출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의료비가 언제 얼마나 들어갈 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가장 적절한 수단은 보험이라고 할 수 있다. 50대는 은퇴 전에 부족한 보장자산을 점검할 마지막 시기이다.
마지막으로 자산 비중 조정이 필요하다. 뉴 시니어 세대 자산 구성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동산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0대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80% 정도를 차지한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의 땅 많은 가난뱅이'라는 표현이 있다. 부동산 부자이지만 현금이 없어 고생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부동산은 즉각 현금으로 바꾸기가 어렵기 때문에 노후에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현금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땅만 팔리면 되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서둘러 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의 비중을 균형 있게 재조정해야 한다.
민주영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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