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에 3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약 80년 만의 초강력 토네이도 참사가 일자 라니냐가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기상전문가들은 4월 들어 중남부 지역에 900건 이상의 토네이도가 발생한 점을 들어 “올해가 최악의 토네이도 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니냐는 엘니뇨와는 반대로 태평양의 수온이 평년보다 0.5도 낮은 현상이 5개월간 지속되는 것으로, 이 때문에 상공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가 더운 공기와 충돌하면서 폭풍우를 유발한다.
그러나 일부에서 제기하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징후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국립 해양대기청(NOAA)의 그레그 카빈 예보관은 “지구 온난화와 토네이도 사이에는 과학적 연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27일 앨라배마, 테네시, 미시시피 등에서 150여건의 크고 작은 토네이도가 발생, 앨라배마에서만 204명이 숨지는 등 지금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305명을 넘어섰다. 미 기상청(NWS)은 “1974년 315명이 희생된 토네이도 이후 최악의 피해”라고 밝혔으나, 전문가들은 토네이도 발생횟수나 충격에서 332명이 사망한 1932년 토네이도에 버금가는 참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역대 최악의 토네이도는 1925년 미주리 등에서 발생한 것으로 747명이 숨졌다.
가장 피해가 큰 앨라배마의 터스컬루사시(市)는 27일 오후부터 몰아닥친 토네이도로 36명이 사망했다. 중심가의 식당과 상가건물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고, 쓰러진 나무들이 송전선을 덮치면서 전기공급이 끊겨 도시가 암흑천지에 빠졌다.
특히 브라운스 페리 원전의 3개 원자로가 가동이 중단돼 당국이 한 때 초비상 상태에 돌입했으나 비상발전기로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등 안전시스템이 가동되면서 한숨을 돌렸다. 이 원전은 쓰나미로 파괴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과 똑같은 설계로 지어졌다. 월터 매덕스 시장은 “피해규모가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며 “복구에만 수개월만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기상당국에 따르면 앨라배마에 66건, 미시시피에 38건 등을 포함, 최소 137건의 토네이도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부터는 토네이도에 이은 폭우가 쏟아졌고 뉴욕과 메릴랜드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등 동부지역에도 토네이도 및 홍수 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앨라배마 등 일대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긴급구호를 위해 1,400명의 방위군을 투입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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