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전(親展)’이라 적어 보낸 편지를 받았습니다. 은현리로 수북수북 오는 우편물에도 편지는 귀한데 그날은 연구실로 온 친전 편지를 받았습니다. 전혁림미술관에서 보낸 예술사구술총서인 를 펼치다가 그 사이로 편지 한 통이 툭, 떨어졌습니다. ‘귀하’나 ‘앞’이 아닌 친전. ‘편지를 받을 사람이 직접 펴 보라고 편지 겉봉에 적는 말’이 친전입니다. ‘중량천변 만개한 꽃들 비 오면 어찌하나 걱정이 됩니다’로 시작되는 4월의 편지였습니다. 편지지에 볼펜으로 또박또박 쓴 사람냄새 가득한 편지였습니다. 얼마 전 이 연재를 통해 ‘4월의 편지를 쓰자’는 글을 읽고 제게 쓴 편지였습니다. 생면부지의 발신인이었지만 그분이 전하는 사람 사는 이야기에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었습니다. ‘학교 교육이 짧아 낮은 곳만 전전한다’는 그분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신문을 ‘줄 그어가며 정독’하고 ‘좋은 글 있으면 수첩에 옮겨두고 자주 본다’고 했습니다. 지하나 반지하에 사시는 듯 ‘해마다 지상복귀를 꿈꾼다’는 습기 많은 삶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습니다. 임진(壬辰)생이라 했으니 저보다 손윗분인데 먼 곳의 누님이 보낸 듯 살가운 편지였습니다. 친전이라 적은 사연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물고 사람의 체온처럼 참 따뜻하게 전해져 왔습니다. 친전. 나도 그렇게 답장을 적어야겠습니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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