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발생률이 줄어들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산업현장에서 재해를 감추는 경우가 많고, 주요 산재질환의 승인율도 낮아지고 있어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피해자는 9만8,645명으로 전년(9만7,821명)보다 0.84% 증가했다. 2005년(8만5,411명)이래 6년째 증가추세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산재율(전체 노동자 중 산재피해자의 비율)이 2003년 0.89%를 기록한 이래 매년 감소해 지난해 0.69%로 낮아졌고 2000년 1.49명이었던 산재사망 만인율(1만명당 사망자수)도 0.97명으로 떨어졌다는 통계를 앞세운다. 그러나 이는 산재보험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 통계로 실제 산재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산재보험을 신청하려면 재해와 업무관련성 여부를 산재피해자가 직접 밝혀야 하고 근로복지공단의 승인까지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 드러나지 않은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산재발생률이 높은 건설업체들은 산재사망률이 높아지면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감춘다는 것은 건설현장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다. 산재사망 1건을 다른 산재사고 10건으로 환산해 관급공사 수주에 불이익을 주는 '환산재해율'의 적용을 받지 않기 위해서다. 대형건설업체들의 경우 산재가 발생하면 하청업체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일도 다반사이고 사망사고의 경우 대형로펌을 통해 소송을 벌여 산재가 아닌 것으로 결론을 이끄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민주당 이미경 의원이 고용부 통계를 바탕으로 2007~2010년 100대 건설업체의 현장 사망자수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사망자수가 가장 많은 업체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순으로 각각 58명, 38명, 35명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소송을 통해 각각 15건, 13건, 12건에 대해 산재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정부의 공식발표보다 12배 이상의 산업재해가 발생한다는 주장도 있다. 임준 가천의과대 교수는 2008년 '국가안전관리 전략수립을 위한 직업안전연구'보고서에서 산재피해가 정부의 공식통계보다 12.6배가 많을 것으로 추산했다. 임 교수는 2006년 건강보험 치료항목 1,238만8,000건을 분석, 100만1,445건을 산재보험 적용대상으로 추산했다. 그 해 산재보험 신청건수는 7만9,675건이었다. 임 교수는 "산재보험은 건강보험과 달리 사업주의 자진신고가 있어야 하고 사업주만 보험료를 내는 등 이래저래 사업주들이 신청을 꺼린다"며 "휴업급여의 확대, 보상대상 범위 확대 등을 통해 산재보험의 사회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단순사고성 재해보다 업무상 질병에 대한 산재신청이 늘고 있지만, 심근경색증, 뇌혈관계 질환, 요통, 근골격계 질환 등 업무상 질병의 산재승인율은 2007년 이후 현격히 감소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07년 59.9%였던 뇌심혈관질환의 산재승인율은 2008년 40.2%, 2009년 32.2%, 지난해 15.6%로 낮아졌다. 2006년 67.1%였던 근골격계 질환 산재승인율도 지난해 47.7%로 낮아졌다. 원종욱 연세대 산업의학과 교수는 "업무상 질병을 판정하는 위원회의 전문성을 높이고 현장조사를 강화하는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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