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수는 139개. 그러나 아직까지 국민연금은 의결권 등 주주의 권리를 '최소한으로' 행사해 왔다. 지난해 총 2,153건의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반대' 의견은 겨우 10%에도 못미치는 174건에 불과했다.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사회적으로 인정 받지 못한 상태에서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면 자칫 정부가 기업에 간섭하는 '관치'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스스로 우려한 결과다.
현재 국민연금기금 운용과 관련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수적으로는 정부보다 민간 위원이 많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이고 기획재정부ㆍ지식경제부ㆍ농림수산식품부ㆍ고용노동부 차관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 주요 부처 차관급이 위원으로 포함돼 있지만 모두 6명이고, 국책연구소장 2명을 합쳐도 8명으로 과반수에 못 미친다. 반면 사용자ㆍ근로자ㆍ지역가입자대표 등 민간 부문 대표는 12명이다. 여기에 전국경제인연합, 경영자총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의 부회장과 전무 등도 포함돼 있다. 자문기구인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도 9명의 위원 중 정부 및 국책연구소 추천은 3명이고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추천이 6명이다. 그러나 민간인사의 수적 우위에도 불구, 장관이 위원장이고 주요 부처 차관들이 위원으로 참가하기 때문에 정부의 '입김'이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전문성이다. 기금 운용은 투자 등 전문가들이 필요한데 정부 부처 차관이나 경제단체장, 노동조합 대표 등이 전문성 있는 투자 결정을 내리기에는 부족하다는 것.
이런 독립성 및 전문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 국회에 제출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기금운용본부를 정부나 국민연금으로부터 아예 분리한 기타 공공기관으로 설립하고, 위원회 구성도 전문성을 갖춘 100% 민간 위원으로 채우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서 7차례나 논의됐으나 여야 간 의견 차이와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재정부 간 협의 미비로 지난해 4월 이후 더 이상 논의가 되고 있지 않은 상태다.
당시 야당은 위원들을 모두 민간 전문가로 구성하더라도 연금가입자 대표는 들어가야 하고, 운용본부가 독립해 설립될 공사가 공공기관법에 따른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으로 분류될 경우 자율성 등에서 문제가 생기므로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그러나 가입자 대표가 들어가는 방안은 여당이 반대했고,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대목은 공공기관 소관부처인 재정부와 협의가 되지 않았다. 소위가 재정부와 복지부가 협의해 대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으나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김우찬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10년 동안 학계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으나 독립성 문제를 이유로 아직까지 진전된 것이 없다"며 "2008년 개정안을 국회가 처리한다든지 해서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이제 당위성 논란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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