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와 평화의 히말라야 트레킹의 무대인 네팔. 그 속내는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끊임없는 내전과 정정 불안의 연속이었다. 왕정 정부군과 마오주의자 반군 사이에서 무고한 민중만 1만명 이상이 숨졌다. 히말라야의 아득함 속에 감춰진 네팔의 현실이 문학을 통해 한국에 소개되고 있다.
28일 개막한 '아시아ㆍ아프리카ㆍ라틴아메리카(AALA) 문학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나라얀 와글레(43ㆍ사진)씨는 네팔 소설가이자 현직 언론인. 2005년 발표한 첫 소설 <팔파사 카페> 로 단숨에 네팔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떠올랐는데 1월에는 네팔 소설로는 처음 국내에도 번역됐다. 팔파사>
<팔파사 카페> 는 마오주의자 반군과 정부군 간의 내전 상황을 배경으로 화가인 드리샤와 다큐멘터리 감독 지망생 팔파사의 사랑을 통해 내전의 비극으로 얼룩진 네팔인들의 삶을 그린다. 이 소설은 출판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네팔에서 5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로 네팔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마단푸라스카르상을 받았다. 팔파사>
네팔 일간지 카티푸르 기자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네팔 일간지 리퍼블리카 편집장을 맡고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으나 전업 작가가 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자로 일하게 됐다"며 "기자로서 매일 내전을 보도하면서도 전쟁의 현실을 전달하는 데에 한계가 있어 소설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허구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이지만 이 안에는 내가 실제로 경험하고 들은 사실이 담겨 있다"며 "내전으로 얼마나 무고한 사람들이 고통받고, 네팔의 아름다운 꿈과 희망이 좌절됐는지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설은 정부군이나 반군 양측 모두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소설 발표 당시 정부군과 마오주의자 양측으로부터 압력과 위협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네팔은 2007년 왕정이 무너지고 반군이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잡았으나 정치적 불안정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팔파사 카페> 는 네팔을 수차례 여행하고 현지 문학을 접해 온 류시화 시인의 추천으로 국내에 번역됐다. 류 시인은 "내전으로 모두가 희생자가 된 슬픈 이야기와 내전으로 파괴되는 네팔의 풍경이 잘 묘사돼 있다"며 "앞으로 네팔 문학 작품을 국내에 계속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팔파사>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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