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27일 오후(현지시간). 벤 버냉키 의장이 97년 Fed 역사상 최초로 기자회견 석상에 섰다. 회견장을 가득 메운 기자들은 물론 인터넷 생중계를 지켜보던 전 세계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이 역사적 이벤트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다.
회견에 앞서 배포된 FOMC 성명서는 “6,000억달러 규모의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6월말 종료할 것”이라며 양적완화 조치의 6월 종료를 공식화했다. 성명서는 그러나 “만기 도래하는 보유증권 원리금을 재투자하는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 양적완화 종료 이후 급격하게 돈줄을 조이거나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당초 시장의 예상과 부합하는 결론이었다.
이어 50분 가량 진행된 기자회견. 버냉키 의장은 “양적 완화는 끝내되 당장 긴축은 않겠다”는 FOMC 성명서 내용을 보완 설명하는 데 충실했다. 그는 출구전략과 관련, “(Fed의) 보유증권 원리금 일부 또는 전부를 재투자하는 것을 중단할 때가 바로 출구전략의 시작”이라며 “언제 하느냐는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전망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3차 양적 완화에 대해서는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인플레 위험 없이 고용을 크게 늘릴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간 해석이 분분했던 성명서 표현도 정리했다. ‘초저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한다’는 성명서 문구에서 ‘상당기간(considerable period)’은 얼마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두어 번 FOMC가 열리는 기간(a couple of meetings)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친절하고도 상세하게 답했다. FOMC 회의가 6주마다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FOMC 성명서에서 ‘상당기간’이란 표현이 빠져도 최소 3개월이 지나야 액션(금리인상)이 뒤따를 것이란 얘기다.
버냉키 의장의 첫 기자회견에 대해 시장에서는 “비교적 무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터넷매체인 마켓워치는 “버냉키가 기자회견에서 숙련된 태도를 보였다”며 “특별히 고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시장의 우려를 덜어주기에 충분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로이터가 버냉키 의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실시한 설문에서는 ‘A-’라는 평점이 나왔다.
하지만 무난했던 만큼 카리스마나 임팩트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버냉키는 항상 조용히 말하는 교수 같았고 오늘도 그랬다”고 했고, 마켓워치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만큼 이목이 집중된 순간이 없었다”고 진단했다.
그래도 회견의 효과는 상당히 컸다. 뉴욕증시는 FOMC 성명서가 나온 직후에도 상승을 머뭇거리다 버냉키 의장 회견 후 본격적으로 상승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96포인트 상승. “아직 긴축할 때가 아니다”는 메시지가 선명하게 시장에 전달됐다는 평가다.
이영태기자 ylt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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