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와 평민의 사랑→결혼→왕족으로 신분 상승. 케이트 미들턴(29)은 21세기판 신데렐라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왕족의 고결한 명예는 함부로 거머쥘 수 없는 법. 하지만 미들턴은 29일(현지시간)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 윌리엄 왕자와의 결혼을 통해 그것을 이뤄냈다.
결혼 당일 미들턴의 모습 중에서 눈길을 끈 것은 뭐니뭐니 해도 웨딩드레스.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던 웨딩드레스는 예상대로 새라 버튼의 작품이었다. 아이보리색에 광택 소재로 만든 드레스는 가슴 윗부분과 어깨, 소매 부분을 레이스로 제작해 세련미를 더하고 전반적으로 단순한 스타일이었으며 트레인 길이는 2.7m였다. 단순함을 강조한 미들턴의 드레스는 30년 전 1만여개의 진주를 매달고, 풍성한 어깨 소매에 트레인 길이가 8.8m에 달했던 고 다이애나비의 화려한 웨딩드레스와 대비된다.
왕실 측은 "미들턴이 드레스의 디자인 기획 초기단계부터 깊이 관여했다"며 "전통미와 현대미를 적절히 조화시켜 달라는 게 미들턴의 일관된 주문이었다"고 밝혔다. 영국 출신 천재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의 수제자인 버튼은 영국 전통 스타일에 창의성을 더한 작품을 내놓은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미들턴은 머리에는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결혼식 때 썼던 러시안 프린지 다이아몬드 티아라를 썼다.
미들턴은 결혼 전에도 영국의 대중 브랜드 톱숍이나 자신이 액세서리 구매 담당자로 일했던 직소를 즐겨 입었다. AFP통신은 "미들턴은 아름답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또 날씬하지만 민첩하고, 단아함 속에 수수함이 감춰져 있다"고 평했다. 177㎝의 큰 키에 하키와 테니스, 수영 등으로 단련된 활동성은 대중과 유리된 왕가의 엄숙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미들턴을 단순한 평민이라 칭하기는 무리다. 미들턴은 부모가 일군 엄청난 부(富) 덕분에 풍족한 삶을 누려왔다. 그가 나온 버크셔의 사립학교나 윌리엄 왕자를 만난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대 모두 한 학기 수업료만 수천만원에 달하는 명문들이다.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했던 미들턴의 부모는 인터넷을 통해 장난감과 파티용품 등을 파는 '파티 파시스'라는 회사를 차려 큰 돈을 벌었다.
전형적인 자수성가 스토리지만, 가계를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100년 전 조상은 영국 북부 탄광도시 헤튼르홀에서 석탄을 캐는 광부였다. 헤튼르홀에는 아직도 그의 친척들이 살고 있다. 부모 세대에서 부를 이루고, 잘 키운 딸 덕분에 영국 왕실과 사돈을 맺는 행운을 누리는 셈이다. 영국 왕실은 최근 귀족 가문만 사용할 수 있는 문장(紋章)을 미들턴가(家)에 수여했다.
'갱도에서 왕궁까지'. 미들턴 집안의 놀라운 신분상승 속도는 영국 언론들이 쏟아낸 이 짧은 제목에 함축돼 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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