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천식(咳嗽喘息)'이라는 말 때문에 단순 기침과 천식을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두 질환은 완전히 다르다. 천식 환자가 233만명(2009년)이나 될 정도로 최근 크게 늘었다. 육류를 과도하게 섭취하는 식습관, 항생제 등 약물 남용, 너무 청결한 환경, 예방접종 등이 급증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5월 첫째 화요일(올해는 5월 3일)은 세계천식기구가 천식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정한 '세계 천식의 날'이다. 올해 14회째를 맞는다. 올 주제는 '천식은 조절할 수 있다(You can control your asthma)'다. 난치병의 대명사 천식, 과연 조절할 수 있을까?
환자 절반 정도가 잘 조절된다고 오인
천식은 공기가 드나드는 길인 기도(기관지)가 막히는 병이다. 천식환자는 황사나 꽃가루, 담배연기, 집먼지진드기 등에 노출돼 기관지가 갑자기 좁아지면서 기침과 가래, 호흡곤란이 생길 수 있다. 주로 밤이나 새벽에 증상이 악화된다. 감기 끝에 발병해 만성 기침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천식은 초기에는 감기와 비슷해 감기로 잘못 알고 제대로 치료하지 않은 채 방치하곤 한다. 천식의 대표적인 증상은 호흡곤란과 기침, 쌕쌕거리는 숨소리를 내는 천명(喘鳴) 등이다. 천식으로 인한 기침은 일반 감기나 기관지염에서 나타나는 기침과 달리 한번 시작하면 계속 나오고 목이 간질간질하며 밤이나 새벽에 더 심해진다. 호흡곤란은 경미할 때에는 주로 목에 가래가 걸린 듯 답답하고 가슴에 압박감을 느낀다. 심하면 기침과 천명을 동반한 호흡곤란이 온다. 이밖에 천식이 오래되면 합병증으로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이 생겨 평생 호흡곤란이 생길 수도 있다.
천식의 진단은 간단한 폐기능검사로 폐활량을 측정하면 가능하다. 문제는 천식으로 진단 받아도 꾸준히 치료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점이다. 천식 관리에 대한 기대가 낮아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 참기 때문이다. 한 조사 결과, 심한 천식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 가운데 34~50%가 천식이 '잘' 혹은 '완전히' 조절되고 있다고 답했다.
천식에 걸리면 완치는 기대하기 힘들고 평생 조절하고 살아야 한다. 이는 당뇨병과 비슷하다. 따라서 천식 치료의 목표는 천식을 조절하고 이를 유지하는 것이다.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꾸준히 관리하면 천식 증상이나 발작 등이 나타날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국을 포함한 44개국의 3,000명의 천식환자들을 대상으로 1년 간 기관지확장제와 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가 모두 들어 있는 병용 흡입제 치료를 한 결과 41%가 세계천식기구가 정의한 '완전 조절' 상태에 도달했다. 완전 조절이란 ▦낮 동안 천식 증상이 없음 ▦천식 때문에 밤에 잠을 깨는 일이 없음 ▦천식의 급성 악화 없음 ▦응급 약물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음 ▦응급실 방문 없음 ▦폐활량이 정상인의 80% 이상 ▦천식 치료로 인한 이상 반응 없음 등의 7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상태가 연속 7주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흡입하거나, 먹거나, 붙이는 약 등 다양해
치료제는 흡입하거나, 먹거나, 붙이는 약 등 다양한 형태로 나와 있다. 갑자기 기관지가 좁아져 숨쉬기 힘들면 속효성 천식치료제가 쓰인다. 약효도 투여 후 3분이면 나타나 4~6시간 지속된다. 벤토린(GSK), 아트로벤트 흡입액 유디비(베링거인겔하임) 등이 있다.
반면, 약효가 12시간 지속되는 지속성 천식치료제는 기관지염증치료제와 함께 규칙적으로 사용한다. 필린계와 지속성 베타작용제가 나와 있다. 필린계로는 오스틴(보령제약) 테올란비(근화제약)가, 지속성 베타작용제에는 옥시스(아스트라제네카) 밤벡정(아스트라제네카) 아스테롤정(종근당) 아토크정(근화제약) 등이 있다.
몸에 붙이면 효과가 24시간 지속되는 피부 흡수형 기관지확장제 호쿠날린패치(애보트)도 어린이 환자에게 주로 처방된다.
먹는 스테로이드제제는 효과가 강력하지만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비롯해 골다공증, 성장지연 등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 프레드니솔론 등 다양한 제품이 나와 있다. 반면, 흡입용 스테로이드제제는 기도 염증치료에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하다. 풀미코트(아스트라제네카), 후릭소타이드(GSK), 알베스코(한국약품) 등이 있다.
류코트리엔 길항제는 먹는 약이어서 흡입제를 사용하기 어려운 영유아나 고령 환자에게 좋고, 알레르기성 비염도 함께 치료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투여 후 효과가 며칠 뒤에야 나타나므로 급성 천식발작에는 도움되지 않는다. 싱귤레어(MSD), 오논(동아제약), 아콜레이트(아스트라제네카)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기관지확장제와 평상시 기도 염증을 치료해 천식 증상을 줄이는 염증치료제 등 2가지 기능을 한번에 넣은 복합제가 표준치료법으로 쓰인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처방되고 있다. 흡입제 형태로 돼 있으며 천식뿐만 아니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에도 쓰인다. 심비코트(아스트라제네카), 세레타이드(GSK)가 대표적이다.
천식은 약을 쓰면 며칠 내 증상이 개선된다. 하지만 증상이 없어져도 기도 내 염증을 치료하고 악화를 막으려면 최소한 3개월 이상 꾸준히 써야 한다.
■ 기관지천식 자가 진단법
다음 10가지 가운데 '예'가 1개 이상이면 기관지천식일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1. 밤에 숨이 차거나 심한 기침으로 잠을 깬 경험이 자주 있다.
2. 기침 감기가 자주 걸리고 또 한번 걸리면 3주 이상 오래 지속된다.
3. 감기약이나 고혈압약을 먹은 뒤 숨이 가빠져 힘들었던 적이 있다.
4. 운동할 때나 끝나고 난 뒤 숨이 차고 쌕쌕거리는 소리가 난다.
5. 추운 날 외출하면 기침이나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고 가슴이 답답하다.
6. 밤에 똑바로 누워 자면 가슴이 답답하고 옆으로 누우면 편하다.
7. 콧물, 재채기, 코막힘 등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다.
8. 자주 눈이 가려워 비비거나, 두드러기나 가려움증이 있다.
9. 가족 중에 위의 증상을 겪은 사람이 있다.
10. 전에 천식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