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저녁 서울 중구 프랑스문화원에서는 '추리 비평'이란 독창적 지평을 연 피에르 바야르(57) 파리8대 교수와 한국 평론가 및 소설가 간의 좌담회가 열렸다. 그의 새 책 출간에 맞춰 프랑스문화원이 주최한 행사였다. 지난해부터 그의 책이 속속 번역되고 이메일 인터뷰(본보 2010년 10월 18일자)로도 소개되며 국내에서도 주목받는 터라 한국 작가들과의 만남이 기대됐다.
그러나 이 문화적 행사에서 황당한 반(反)문화적 행태가 벌어졌다. 언론사에 행사 내용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돌렸던 문화원은 이날 오전 "특정 언론사만 독점 취재키로 했으니 다른 곳은 취재할 수 없다"고 문을 닫았다. 언제적 구악(舊惡)인 기사 거래가 지금 버젓이 벌어진 것이었다. '우리가 크게 실어 줄 테니 다른 곳은 취재 못하도록 해라'고 제안한 측이나 그것을 수용한 양측 모두, 야바위꾼 같은 제 수준을 보여 준 것이라 여기고 웃고 넘기면 그만.
궁금한 것은 바야르 교수의 입장이었다. 프랑스문화원은 "바야르 교수에게도 얘기해 승인받은 것이다"고 밝혔다. 아이러니한 것은 바야르 교수는 '열린 텍스트 읽기'의 극단적 주창자라는 점이다. 그의 명성을 높인 대표작 은 텍스트에는 독점적 의미는 없으며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다양한 의미로 해석할 것을 주문하고 심지어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도 창조적 의견을 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그의 이론을 고려하면 '독점 취재와 타 언론 취재 제한'이란 행태가 더욱 이율배반적이다. 바야르 교수가 한국 사정을 얼마나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문화원의 설명이 맞다면 그의 이론을 적용해 기자도 '가 보지 않은 좌담회'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문화연(然)하는 문화원이 마련한 자리에서 지성인연하는 지식인들이 벌이는 잔꾀와 기만의 한담객설(閑談客說)이라고.
송용창 문화부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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