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하면서 여권은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하게 됐다. 이번 선거의 규모는 ‘미니 선거’였지만 정치적 의미는 컸기 때문에 향후 정국 흐름에 큰 파장이 불가피하다. 여권은 정치적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됐고, 야권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향한 발걸음이 희망적이게 됐다. 차기 대선 경쟁 구도 등 정치 지형이 요동치는 것이다.
여권의 후유증은 깊고 폭넓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 당장 패배 책임론과 함께 한나라당 지도부 개편론이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조기 전당대회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여권 전체를 엄습하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 의원들의 위기감이 분출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 한 수도권 의원은 “사실상 여당의 텃밭인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진 것은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의원들 모두가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라며 “당정청 전체의 대대적 개편론이 수도권 의원들 중심으로 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 개편 과정에서 여권 내 계파간 또 계파 내부에서도 이해관계가 달라 갈등이 첨예화 할 수도 있다. 5월2일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여권 쇄신론의 화살이 당 지도부뿐 아니라 청와대로도 향할 것이다. 국정 쇄신 차원에서 청와대 참모진의 대대적 개편과 대폭 개각 요구 목소리가 한나라당 내에서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보선 직후로 예정된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개편의 폭이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집권 4년차 국정을 주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레임덕(권력누수) 방지를 위해 인적 개편 등 여러 카드를 쓰겠지만 경우에 따라 레임덕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책임론 공방 와중에 친이재오계 의원들이 분당을 공천을 주도했던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교체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 여권 내 권력투쟁도 격화할 수 있다.
여권 유력 차기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재보선에 직접 개입하지 않아 득실을 따지기는 어렵다. 하지만 당이 어려운데 선거 지원에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론이 나올 수는 있다. 반면 선거 패배로 인해 오히려 박 전 대표의 활동 폭이 더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을에서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개인기로 승리하면서 여권 내 김 전 지사의 역할이 부각될 가능성이 커졌다.
야권이 얻을 선거 승리의 과실은 상당하다. 우선 정국주도권을 가져오면서 여권에 대한 견제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다. 이는 주요 현안을 둘러싼 국회에서의 여야 대립 격화를 예고한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분당을 승리로 인해 내년 총선 때 수도권 지역에서 한나라당 우위 구도를 깰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됐다. 총선 승부가 수도권에서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의 수도권 자신감은 상당한 소득이다. 또 김해을에서 국민참여당이 패배해 향후 총선, 대선 야권단일화 구도에서 민주당의 입김이 세질 개연성도 있다.
특히 여당 텃밭에서 이긴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당내 장악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야권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위상도 한층 높일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손 대표의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이 두 자릿수로 훌쩍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향후 박 전 대표와 손 대표간 여야 차기 대선주자끼리의 경쟁이 관심을 끌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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