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스트레스 내가 잘 알지. 오죽했으면 굿판까지 벌였겠느냐." 황영조(41) 마라톤 기술위원장 겸 국가대표 감독이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남몰래 굿판을 연 사연을 털어놓았다.
황 위원장은 26일 마라톤 남녀 대표팀 17명과 함께 태릉선수촌에 입촌 했다. 마라톤 대표팀이 선수촌에 입촌한 것은 88서울 올림픽 이후 23년 만이다. 입촌을 결심한 배경에 대해서 황 위원장은 선수들의 정신무장을 꼽았다.
그는 "지영준을 비롯한 대표팀 에이스들이 최근 국제대회에서 잇달아 낙마한 것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부담감을 떨치지 못한 측면이 크다"며 "자기관리와 정신교육차원에서 입촌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당시 겪은 경험을 담담하게 밝혔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나니, '아시안게임쯤은 식은 죽 먹기'로 생각하는 주변의 기대가 몹시 부담스러웠다는 그는 히로시마 대회 열흘을 앞두고 밥이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당시 컨디션으론 메달권 밖이었습니다. 동메달만 따도 행운으로 여길 정도였죠. 따라서 금메달을 따야 '본전'이라는 스트레스가 오죽 했겠습니까."
훈련은 엄두도 못 낼 지경이었다는 그는 결국 무속신앙에까지 기대게 되었다며 아무도 몰래 동숭동 서울대병원 근처에 '용하다'는 무속인을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밝혔다. 그는 상담 끝에 '굿판을 벌이면 나아질 것'이라는 무속인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했다며 그 덕분(?)인지 안정을 되찾아 대회 일주일을 남겨두고 히로시마로 건너가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주일 훈련하고 금메달을 딴 사람은 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구세계선수권을 앞둔 후배들이 정신적으로 중심을 잡고 스트레스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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