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 하버드대 출신 법률 전문가인 롭상 상가이(43)가 27일 달라이 라마(76)에 이어 티베트 망명정부의 새 총리(칼론 트리파)로 선출됐다.
인도 다름살라에 소재한 티베트 망명정부의 잠펠 초에상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20일 실시된 칼론 트리파 선거에서 상가이가 55%의 득표율로 다른 후보 2명에 앞섰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에는 전 세계에 거주하는 티베트인 유권자 약 8만3,400명 가운데 4만9,000여명이 참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번 총리 선거는 3월 1950년부터 티베트를 통치해 온 달라이 라마가 정치활동을 그만두고 정신적 지도자로만 남겠다고 밝힌 뒤 이뤄진 것으로, 티베트에서 최고 승려가 통치하는 관행을 깨고 300여년만에 정교분리가 이뤄지게 됐다.
차세대 정치지도자로 올라 선 상가이에게는 중국으로부터 자치권을 얻어내야 하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티베트 망명정부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인정을 받지 못한 상태여서 앞으로 그가 어떤 정치적 행보를 보일지가 주목된다. AFP통신은 “연로한 종교적 인물들이 주도한다는 기존 망명정부의 이미지가 그로 인해 서서히 바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도 다르질링에서 태어난 상가이 신임 총리는 인도 델리대 졸업 이후 1995년 미국으로 이주, 하버드대에서 국제법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하버드대 동아시아법률연구프로그램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일하면서 티베트 관련 행사를 주관했다. 2003년 달라이 라마의 미국 방문 때 하버드대에서 중국 학자들과 회의를 주선하는 등 티베트 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이날 총리로 당선됨에 따라 상가이는 약속대로 다름살라로 이주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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