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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교육과정, 학교는 몸살] (3) 실험 대상 된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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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교육과정, 학교는 몸살] (3) 실험 대상 된 학교

입력
2011.04.2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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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 1학생들 "2 3학년 때 배우는 도덕을 올해 다 배우래요"

서울 마포구 S중학교는 올해부터 1학년 학생의 경우 1주일에 5시간씩 도덕을 배운다. 2009개정교육과정이 처음 적용되면서 입시와 무관한 도덕 과목을 미리 1학년 때 ‘집중이수’하도록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 1ㆍ2학년 주당 2시간, 3학년 1시간씩 나눠 배우던 3년치 교과서를 1년 동안 끝내게 됐다. 그런데 현재 교과서 체제는 각 학년별 발달수준에 맞춰 구성돼 있기 때문에 1학년 학생이 3학년 수준의 도덕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과도기가 9차 교육과정에 맞춘 개정교과서가 2014년 보급되기 전까지 계속돼 올해 중1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줄곧 실험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에 교육과학기술부는 새 교과서 보급을 1년 앞당기겠고 서두르고 있으나, 또 다른 졸속교과서 탄생 가능성만 높아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과부는 2009교육과정이 도입되면 ▦교과목 축소로 학습부담이 줄고 ▦교과시간을 20% 증감시켜 학교별 특성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고 ▦집중이수제를 통해 효율적 교육활동을 할 수 있다고 홍보해왔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2009개정교육과정이 시행되고 입학사정관제도가 확대됨에 따라 대입전형에서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체험활동 등이 중요시 될 것이기 때문에 교과시간 20% 증감을 실시해도 국영수 중심의 입시위주로 과목이 편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의 현실은 교과부의 홍보와 거리가 멀다. 지난해 말 전국 3,144개 중학교를 대상으로 교과부가 과목별 수업증감 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영ㆍ수 편중 현상은 우려했던 수준을 훨씬 뛰어 넘는다. 영어는 3,114개교 중 2,198 곳(70%)이 수업시간을 늘렸다. 수학도 1,786개교(57%)가 수업을 늘렸다. 반면, 이전 7차 교육과정 이수시간과 비교할 때 한문, 정보와 컴퓨터 등 선택과목(59% 감소)은 가장 눈에 띄게 줄었다. 서울 양천구 S중학교 교사는 “집중이수제로 한 한기 8과목밖에 선택할 수 없는데 교과부는 거기에다 체육ㆍ역사 등 이런저런 과목은 매 학기 넣으라고 요구해 사실상 학교가 특성화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은 거의 남지 않는다”며 일관성 없는 교과부 태도를 꼬집었다.

또 집중이수제와 교과목 축소를 통해 학생들의 교과부담이 줄어든다는 주장 역시 현실과 큰 격차가 있다. 대부분 중학교에서 국영수는 여섯 학기 모두 이수하도록 편성하고 수업시간은 늘려 부담이 더 늘어났다. 반면 도덕, 역사, 사회, 음악, 미술, 한문 과목은 대부분 학교에서 두 학기 동안 집중 이수하도록 배치했다. 경기 부평의 한 음악교사는 “한 학기에 주 4시간씩 음악을 몰아서 가르치는 것을 전인교육이라고 주장하는 교과부에 헛웃음만 나온다”고 말했다.

전국교과모임연합 의장인 진영효 서울 상암중 교사는 “교육현장과 괴리된 추상적 목표를 내세우며 무리하게 2009개정교육과정을 밀어붙이면서 그 부작용을 현재 중학교 1학년생이 온통 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 고교 교육과정은 '부익부 빈익빈' 우려

대학입시에 모든 것을 거는 우리나라 중ㆍ고교 교육특성상 올해 고교에 입학한 학생은 1월 발표된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방안'에 맞춘 교육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고교 교사들은 벌써부터 "올해 고교 1학년부터 적용되는 2009교육과정은 사교육을 통해 미리부터 영어ㆍ수학 선행학습을 받은 중산층 이상의 자녀나 특목고ㆍ자율고 학생에게 유리한 교육과정"이라는 걱정을 토로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9개정교육과정과 2014 수능개편안을 내놓으며 "과도한 교과부담을 줄여주고, 자신의 앞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자기주도적 학생'이 대학에 가기 유리하도록 교육과정과 입시제도를 개편했다"고 밝힌 것과는 동떨어진 현장 반응이다.

▦영어ㆍ수학 수준별 반편성 ▦집중이수제 도입 등 달라진 2009교육과정에다, ▦수능에서 영어ㆍ수학 수준별 선택 ▦사회탐구ㆍ과학탐구 응시과목 축소 등을 골자로 한 2014 수능개편안이 결합되면서 적용 첫해인 올해 대부분의 고등학교는 1학년 교과과정을 국영수 강화와 수능에서 점수 따기 유리한 일부 사탐ㆍ과탐 과목 위주로 재편하고 있다. 탐구과목수가 줄어든 만큼 수능에서 국영수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일선학교는 교과부가 고교별 교과과정 편성을 자율화한다는 명목으로 국영수의 필수 이수단위를 15단위(1단위는 한 학기 동안 매주 1시간 편성하는 것)로 낮췄음에도 대부분 국영수를 30단위 이상으로 늘렸다. 이는 고교 3년 동안 매 학기 각각 4~6시간씩 국영수를 배워야 한다는 의미다. 2009교육과정이 학생의 교과부담을 줄여줄 것이라는 교과부의 기대는 여지 없이 무너진 것이다. 게다가 사회ㆍ과학 등 탐구과목은 일반사회와 역사 등 특정 과목으로 집중되고 예술이나 선택과목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교과부는 2009교육과정의 시행으로 학생들의 선택권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오히려 이전보다 축소된 것이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일반 고교와 자율고ㆍ특목고 간의 불공정한 규칙에 있다고 교사들은 지적한다. 여전히 필수이수단위의 제약을 받는 일반고교의 경우 수능 위주로 교과과정을 재편하는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만, 필수이수단위 제한이 일반계고의 절반으로 자유로운 특목고ㆍ자율고는 더 과감하게 국영수 위주 교과과정을 편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14학년도 수능부터 영어ㆍ수학과목을 수준별로 선택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어려서부터 계속 사교육을 받으며 선행학습을 해온 학생들이 수능 고득점에 더욱 유리한 상황이 조성됐다. 따라서 2009교육과정은 이런 학생들이 수업료가 일반고의 3배 가량 되는 특목고나 자율고로 진학해 계속 영어ㆍ수학에 대한 특별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허용한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경기 부천의 한 고교 교사는 "2009교육과정과 2014수능개편은 한마디로 고교과정을 국영수 위주로 재편하는 것이고, 일부 특목고와 자율고를 '입시 귀족교'로 만들어 초등학교부터 사교육을 부추기고 나아가 계층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 "국사 때문에…"

올해 1월 교육과학기술부는 2009개정교육과정의 후속 조치로 2011 교과교육과정 개정 방향을 발표했다. 고교에서 필수 과목을 없애고, 모든 과목을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이전까지 획일적으로 운영되던 공통교육과정 대신 학생의 수준과 진로에 맞게 교과목을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래서 탐구 영역인 사회, 과학뿐만 아니라 기초영역인 국어 영어 수학 등도 필수가 아닌 선택과목이 됐다.

그런데 최근 역사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고교에서 한국사가 다시 필수 과목으로 지정되자 사회교과군의 다른 과목들의 비중이 크게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09교육과정은 고교 1학년 과정에서 배우던 '공통사회' 개념의 사회 과목을 없애 가뜩이나 법, 정치, 경제 등의 기초 교육이 부실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울의 한 고교에서 사회를 가르치는 신모 교사는 "한국사가 필수로 지정된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사회교과군 안에 한국사가 포함돼 있어 다른 과목들의 선택권이 줄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신 교사는 "한국사 교육이 정말로 중요하다면 사회교과군에서 분리해 별도의 교과군으로 지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국사, 사회, 윤리가 별도의 과목으로 나뉘어 있던 이전 교육과정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지금은 과목이 통합된 상황이라 다른 사회과목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제 과목을 가르치는 한 교사도 "고1이 배우던 공통사회 과목이 없어져 학생들은 환율, 물가 등 기본적인 경제 지식도 익히지 못한 채 졸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09과정은 사회교과군의 필수 이수단위를 15단위(3과목)로 지정하고 있다. 한국사가 필수가 됐기 때문에 나머지 2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데 '법과 정치', '경제', '윤리와 사상' 등 기본적인 시민교육에 필요한 과목들은 학교 현장에서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조 관계자는 "한국사의 필수 지정은 이해가 되지만 지나치게 정치적인 논리에 따라 교육과정이 바뀌는 것이 문제다. 특정 이슈가 터지면 철학 등 인문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기도 하고, 학생들 체력이 약해졌다고 하면 체육을 필수로 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좀 더 큰 틀에서 교육과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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