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도움에 보답… 아직 글 몰라 불편한 어르신 많아"
"평생 글을 몰라 답답해 하시던 할머니들이 '눈을 떴다'며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서귀농한 보람을 느낍니다."
올해로 귀농 3년차를 맞는 상주시 사벌면 용담1리 나사웅(38ㆍ사진)씨는 낮이면 새내기 농사꾼, 밤엔 70대 할머니들의 야학 선생님 역을 하느라 눈코 뜰 새 없다. 3만여㎡의 넓은 땅에 이 지역 특산물인 배 재배와 수도작 등을 하자면 잠시도 한눈 팔 처지는 아니지만 야학 만큼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그는 3년 전 장모가 세상을 등진 후 처가가 있는 이 동네로 귀농했다. 귀농 첫해 난생 처음 마주한 배나무와 벼에 대해 일자무식이던 그는 농사를 망칠 처지에 놓였다. 그때 동네 할머니들이 기술전수를 해줘 위기를 모면한 것이다.
그후에도 할머니들은 나씨의 농장을 찾아 일손을 돕고, 농사 기술을 가르쳤다. 나씨도 점점 농사에 익숙해져 갔다. 나씨 장모에 대한 의리와 손님에 대한 예의 때문이라는 것이 할머니들의 말이다. 더구나 나씨의 고향이 전라도 광주라는 것을 잘 아는 할머니들은 더욱 그를 아꼈다.
나씨는 그 보답으로 야학을 열었다. 할머니들이 자신에게 베푼만큼 한글과 셈법을 가르쳐 생활에 불편을 덜어 주기로 한 것이다.
전남대 무역과를 졸업, ROTC를 거쳐 2001년 6월 육군 대위로 전역한 나씨는 서울에서 학원강사 생활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재와 교안을 직접 만들었다. 생활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로 교재를 만든 것이 적중했다.
나씨는 "할머니들의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 야학을 마련했다"며 "이제는 엄연한 용담리 주민이 된 만큼 할매학당 할머니들과 마을 어르신을 모시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용태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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