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향후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날이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전직 국가수반 4명이 평양을 방문했고, 우다웨이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가 서울을 찾았다. 워싱턴에서는 한ㆍ미 2+2(외교ㆍ국방) 차관보급 회의가 열렸다. 꽉 막혀 있는 한반도 정세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를 외교 이벤트가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진 것이다.
카터 전 대통령이 이끄는 방북단은 저명한 전직 국가수반 및 국제기구 수장들의 모임 '디 엘더스'(The Elders)의 회원들로, 평양에 이어 서울도 방문한다. 이들은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의 심각한 인도주의적 실상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한반도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계자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고도 했다. 만약 김정일과 김정은이 이들을 만나 북핵 문제와 남북긴장 해소에 관한 진전된 입장을 밝힌다면 한반도에 전혀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수도 있다.
그간 북한과 6자회담 재개 여건 조성 문제를 깊이 협의해온 것으로 알려진 우다웨이 수석대표는 4일간 서울에 머물면서 위성락 6자회담 수석대표,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차례로 만난다. 중국은 한ㆍ미의 입장을 반영해 '6자회담 남북 수석대표회담→북미대화→6자회담 재개'의 수순을 제안한 바 있는 만큼 이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한미 2+2 차관보급 회의는 미국이 최근 대북 대화 재개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듯한 상황에서 열려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문제는 6자회담 주요 참가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한반도 대화 재개 쪽으로 향하는 흐름이 뚜렷한데도 여전히 소극적인 우리 정부다. 조금만 더 압박하면 보다 확실한 북측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데, 지금 단계에서 섣부르게 김을 빼서는 안 된다는 판단일지 모른다. 그러나 자칫 대화의 흐름에 뒤처져 낭패를 당할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 추구하는 목표는 일관되게 견지하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융통성을 발휘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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