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영화를 방불케하는 희대의 탈주극은 어떻게 일어났을까.
25일 새벽(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의 사르포자 교도소에서 탈레반 조직원 500여명이 한꺼번에 도주한 대탈옥 사건이 전모가 드러날수록 흥미롭다. 탈옥 과정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사건을 "독창성과 조직력, 정교함의 3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며 "1944년 독일 나치수용소 스탈락루프트 3에 수감된 영국군 포로 76명의 땅굴 탈출사건에 필적할 만하다"고 일컬었다.
이번 탈옥은 엄밀한 의미에서 '침입'이다. 탈레반 대원 18명은 시내 서쪽에서부터 교도소 안으로 이어지는 320m 길이의 땅굴을 5개월 동안 팠다. 퍼낸 흙은 내다 팔아 돈도 벌면서 의심을 피했다. 고속도로가 지나는 지점에서는 붕괴를 막을 요량으로 철제ㆍ콘크리트 기둥까지 세웠다. 한 탈옥자는 가디언에 "똑바로 선 채로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땅굴의 폭과 높이가 넉넉했고 전등과 환풍기까지 갖췄다"고 증언했다. 덕분에 한 사람이 탈옥하는 데 걸린 시간은 20분이면 족했다.
역설적으로 탈레반이 아프간 보안당국에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 있는지 알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탈옥 규모로 볼 때 내부 공범이 없다면 도저히 성공이 불가능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칸다하르 주정부는 26일 대규모 검거팀을 꾸려 탈옥수 65명을 다시 붙잡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치안 체계의 허점이 드러난 뒤였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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