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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W스캘퍼 4명, 18개월간 300억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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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W스캘퍼 4명, 18개월간 300억 벌었다

입력
2011.04.2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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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캘퍼는 남들보다 시험지를 먼저 받아보고 문제 힌트까지 얻어 듣고 시험을 치른 것과 다를 바 없다.” 검찰이 주식워런트증권(ELW) 불법 매매로 수백억원을 챙긴 초단타매매자(스캘퍼)들을 강도높게 질타하며 수사 확대를 예고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이성윤)는 26일 스캘퍼 손모(40)씨를 ELW 매매로 10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손씨에게 주식매매 관련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2억원을 받은 현대증권 과장 백모(38)씨도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ELW 수사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출발선이 다른 경쟁

2006년 4월 증권사를 퇴직한 손씨는 동료 3명과 팀을 이뤄 ELW 초단타매매가 컴퓨터를 통해 이뤄지도록 하는 전문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일정한 규칙에 따라 매우 빠른 속도로 주식매매 주문이 가능해 대규모 손실은 방지하고 고수익을 내기에는 유리했다. 손씨 등은 주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백화점 사무실에서 초단타 매매를 했기 때문에 ‘여백팀’(여의도백화점팀의 준말)으로 불렸다.

속도가 생명인 ELW 매매에서 이들은 일반투자자보다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일반투자자의 경우 집에서 개인 컴퓨터로 증권사 프로그램을 통해 매매 주문을 내면 증권사 내부 접속 서버를 거쳐야 하고 본인 확인 및 계좌 체크 등 원장체크절차도 필요하다. 이렇게 주문 처리가 되더라도 거래소와 직접 연결된 증권사 서버를 거쳐야 매매 주문이 도달한다.

반면 스캘퍼는 주문 전송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일반투자자는 이용할 수 없는 특혜를 증권사로부터 제공받았다. 손씨 등은 전문 매매 프로그램이 탑재된 컴퓨터를 증권사 내부 전산망에 직접 연결시킨 것은 물론 각종 확인절차 등도 생략하도록 해 주문 속도를 대폭 높였다. 이들은 또 증권사로부터 시세정보를 우선적으로 제공받은 것은 물론 증권사 내부에 전용 매매 공간까지 제공받았다. 이렇게 최첨단 하드웨어로 중무장한데다 각종 편의까지 제공받았기 때문에 일반투자자들이 이들과 공정한 경쟁을 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얼마나 벌었나

여백팀이 불법 매매를 하는 데는 증권사의 도움이 컸다. 3개 증권사에서 ELW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백씨는 증권사 임직원의 승낙을 받고 여백팀에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했다. 일례로 여백팀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W증권사 트레이딩룸에 컴퓨터 7대를 설치해 매매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관리하기도 했다.

손씨는 2009년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13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수수료 등 거래비용을 공제하고도 100억원을 챙겼고, 동료 3명도 200억원을 벌었다. 백씨는 여백팀의 컴퓨터에 최신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해주고 장비를 관리해주는 대가로 2억원을 받았다.

검찰은 여백팀이 18개월 동안 매매한 금액이 77조원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2,000억원, 월 평균 4조3,000억원어치다. 이 금액은 국내 전체 ELW 시장의 14%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이들과 손잡는 것이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다. 우대 수수료를 적용하더라도 매달 4억원을 수수료로 챙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결국 증권사와 스캘퍼 사이에 형성된 검은 공생 관계로 일반 투자자들만 손해를 봤다”고 강조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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