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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백자에 왜 피카소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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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백자에 왜 피카소가 있을까?

입력
2011.04.2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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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 그림 속에는 몬드리안이 있고, 조선 시대 백자엔 피카소가 있다.’

우리 옛 미술품이나 민예품을 보면 가끔 현대 작가가 만든 것이 아닌가 하고 착각이 들 때가 있다. 분명 현대적 감각이 살아 있는 작품인데 조선 시대 것이란다. 도대체 왜 그럴까? 미술심리학자인 지상현 한성대 예술학과 교수는 한국인의 심리적 기질에서 그 답을 찾았다.

지 교수의 (사회평론 발행)은 고미술 속 현대성의 뿌리를 한국인의 심리적 기질에서 찾고자 한 책이다. 대학에서 미술과 디자인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심리학으로 학위를 받은 저자는 한민족의 심리적 기질에 대해 정신의학의 병리학적 분류를 빌려 매닉(Manic) 친화형으로 규정한다.

매닉 친화형 기질은 열정적이고 흥이 많은 상태가 우세하긴 하지만 울(鬱)의 상태도 교차한다. 저자는 한민족이 흥과 신명의 문화와 더불어 그와 대조적인 적조와 조용한 아침의 문화를 함께 지닌 점을 든다. 매닉 친화형 기질은 외향성이 우세하지만 내향성 기질도 함께 발현된다.

저자는 이 기질이 한국 미술의 양식에도 그대로 반영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매닉 친화형 기질이 현대미술을 규정하는 특징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가 한국 미술과 현대미술에서 함께 찾은 매닉 친화적 특성은 대비와 비작위적 우연, 기하학적 단순성과 기능주의, 표현주의 등이다. 이 중 저자가 일본 도쿄(東京) 민예관에서 찾은 삼단함(19세기 이전)은 대비의 특성을 잘 보여 주는 예로 제시된다. 백자에 회회청(回回靑ㆍ도자기에 칠하는 청색 물감)을 칠한 이 삼단함은 뚜껑 모서리 네 부분에 각을 잡고 직선을 강조한다. 꽉 짜인 형태와 달리 채색은 느슨하다. 물감이 짙게 묻은 쪽 색깔은 검정에 가깝고 옅게 묻은 쪽은 하늘색에 가깝다. 단정함과 흐트러짐이 대비되는 것이다. 민예관의 달 항아리는 미니멀리즘의 전형적 사례다. 저자는 달 항아리를 두고 “필요한 기능을 충족시키는 선 굵은 형상을 만들었을 뿐 소소한 것들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담백하고 직설적인 형상”이라고 표현한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옛 미술 작품이 왜 아름다운지 정확하게 이해하며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사정원 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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