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원주 동부의 홈 구장인 치악체육관은 3,050석에 불과하다. 규모가 작고 시설은 열악하지만 홈팀을 응원하는 팬들의 열기만큼은 10개 구단 어느 팀도 부럽지 않다. 동부는 올해 정규시즌 홈에서 치른 27경기 중 17승(10패)을 거둬 홈 승률 공동 3위(63%)다.
특히 동부는 홈에서 열린 창원 LG와의 6강, 부산 KT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4전 전승을 올렸다. 안방 승률 100% 속에 4경기 중 3경기 매진.
동부와 KCC가 나란히 1승1패 뒤 20일 치악산 아래에서 다시 만난 챔피언결정(7전4선승제) 3차전.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주차장은 몰려 드는 차량들로 몸살을 앓았고, 빈 자리를 찾을 수 없는 내부는 동부의 상징색인 '녹색물결'로 넘실댔다. 정규시즌 상대전적에서 동부에 5승1패로 앞섰던 KCC지만 이미 '기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특유의 '질식수비'에 '질식응원'이라는 신무기를 장착한 동부가 KCC를 62-54로 꺾었다.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앞서며 챔피언 등극에 한발 더 다가섰다.
동부는 35-20 여유 있게 앞선 채 전반을 마쳤다. 김주성-윤호영-로드 벤슨의 '삼각편대'가 전반에만 28점을 합작했다. 반면 KCC는 전태풍, 추승균과 함께 1쿼터 무득점에 그친 하승진의 첫 득점(2점)이 2쿼터 종료 5분 전에 터졌을 만큼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했다.
KCC가 3쿼터 종료 2분여를 남기고 37-45 8점 차까지 따라붙었지만 김주성이 연속 4득점을 올리며 기세를 꺾었고, 4쿼터 한때 17점까지 달아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김주성(20점5리바운드4어시스트)이 끌고 윤호영(16점9리바운드3어시스트)과 벤슨(14점8리바운드)이 확실히 뒤를 받쳤다. 반면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이는 크리스 다니엘스(18점7리바운드)뿐이었던 KCC는 역대 챔프전 한 경기 최소득점(54점)의 불명예도 떠안았다. 종전기록은 공교롭게도 동부의 전신인 TG삼보가 2003년 4월7일 원주 오리온스전에서 올린 55점이다. 양 팀은 하루를 쉰 뒤 22일 오후 5시45분 같은 장소에서 4차전을 치른다.
원주=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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