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의 '대표 투수' 류현진(24ㆍ한화) 김광현(23ㆍSK) 윤석민(25ㆍKIA). 이들 앞에 긴 설명은 필요 없다. 말 그대로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들이다. 특히 류현진은 '대한민국 에이스'다.
하지만 올해는 셋 다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앞선 세 차례 등판에서 류현진은 3패에 평균자책점 8.27, 김광현은 1패에 평균자책점 5.65, 윤석민은 1패에 평균자책점 7.36으로 체면을 구겼다.
20일 '대표 투수 트리오'가 동반 출격했다. 셋이 같은 날 선발 등판한 것은 2008년 7월22일과 지난해 5월11일에 이어 역대 세 번째. 앞선 2차례 동반 등판에서는 김광현만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이날도 류현진과 윤석민은 시즌 최고 투구로 마수걸이 승리를 신고한 반면 김광현은 최악의 투구로 또다시 패전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대전 롯데전에서 8이닝 6피안타 3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4-2 승리를, 윤석민은 대구 삼성전서 6이닝 7피안타 무4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3-0 승리를 이끌었다. 반면 김광현은 인천 LG전에서 3이닝 7피안타 4볼넷 3탈삼진 6실점(3자책)으로 4-9 대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투구수는 류현진이 122개, 윤석민이 89개, 김광현이 77개.
▲묵직한 직구 부활 류현진, 지난해 위력 회복
류현진은 1회 선두 전준우에게 볼넷을 내준 뒤 5번 홍성흔에게 빗맞은 안타를 맞고 선취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앞선 3경기와는 확연히 달랐다. 직구 최고구속은 149㎞로 지난 경기와 비슷했으나 볼끝이 살아 있었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 몸쪽 직구로 타자를 윽박지를 수 있었던 이유다.
앞선 등판에서는 투구수 50개 이후 위력이 떨어졌지만 이날은 투구수가 늘어나도 좀처럼 위력이 반감되지 않았다. 특히 팀 타선이 일찌감치 4점을 뽑아내자 편하게 타자와의 승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6회 조성환과 이대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장면은 이날의 백미였다. 롯데의 3~6번인 조성환 이대호 홍성흔 강민호는 류현진과 대결서 13타수 1안타에 그쳤다. 경기 후 류현진은 "코너워크에 신경 썼다.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미소를 머금었다.
대전=김종석기자 lefty@hk.co.kr
▲악재 겹친 김광현, '4수'마저 실패
김광현은 1회에만 4안타 2볼넷으로 3점을 내줬다. 여기에는 포수의 송구실책 1개, 도루 허용 3개가 곁들여졌다. 제구가 높게 형성된 까닭에 김광현은 난타당했다. 또 4일 만의 등판 때문인지 공도 위력적이지 못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6㎞에 그쳤다. 김광현은 지난해만 해도 최소 5일 로테이션을 지켰다.
내야진의 잦은 실수도 김광현의 발목을 잡았다. 1회 1실점한 뒤 계속된 1사 1ㆍ3루에서 LG의 더블스틸 때 포수 정상호가 송구실책으로 추가 점수를 헌납했고, 바뀐 포수 최동수는 도루 3개를 무더기로 내줬다.
김광현이 개막 4경기째 승을 기록하지 못한 건 신인이던 2007년 이후 처음이다. 2007년 김광현은 개막 7경기 만에 첫승을 신고했다. 2008년엔 3번째 등판에서 승을 올렸고, 2009년과 지난해엔 개막 첫 등판에서 승리를 따냈다. 경기 후 김광현은 특별한 코멘트도 하지 않았다.
인천=성환희기자 hhsung@hk.co.kr
▲'단순해진' 윤석민, 위기관리능력도 탁월
윤석민은 등판 전 이강철 투수코치에게 '단조로운 패턴'을 주문 받았다. 최고 150㎞에 이르는 직구와 140㎞ 안팎의 슬라이더면 충분하다는 게 이 코치의 지론이다. 윤석민은 이 코치의 조언에 충실했다. 투구수 89개 중 직구가 절반이 넘는 47개, 슬라이더가 26개였다. 체인지업과 커브는 각각 8개에 불과했다. 최고 151㎞짜리 직구로 타자를 제압했던 것이다.
위기에서 한순간에 허물어졌던 앞선 등판과 달리 위기관리능력도 돋보였다. 5회 2사 1ㆍ2루에서는 1번 배영섭에게 변화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고 6회 1사 1ㆍ2루에서는 5번 가코에게 직구로 승부, 4-6-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솎아냈다.
윤석민은 "오늘은 직구를 많이 던졌다. (내게) 많은 변화구는 필요 없다는 걸 느꼈다"며 멋쩍게 웃었다.
대구=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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