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애플에 대해 부정적인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애플의 이번 조치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칼럼을 통해 "애플이 경쟁 상대인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용체제(OS)를 사용하는 제품들을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도했다. FT는 "태블릿PC 분야의 가장 큰 도전자인 삼성전자를 견제한 소송"이라며 "하지만 삼성전자에서 핵심부품을 공급 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FT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애플의 태블릿PC에 필요한 중앙처리장치(CPU)인 A5 칩을 공급하고 있다. FT는 애플이 삼성전자 외에 대만 등에서 또다른 A5 공급업체를 검토 중이지만 4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 봤다.
FT는 "애플이 특허 소송으로 삼성전자를 견제하려고 했으나 오히려 삼성전자를 더 주목 받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중저가 제품이 주류를 이루는 신흥시장에서 애플보다 강점을 보이는 점을 주목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 인터넷판도 이날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특허 침해 소송을 안드로이드 OS 제품군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했다. 이 매체는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모든 안드로이드 진영과 싸울 태세인 것으로 보도했다. 특히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를 언급하며 가족을 포함해 누구라도 안드로이드 OS를 이용하는 기기를 만들면 잡스 CEO의 소송 상대가 될 수 있다고 뼈 있는 내용을 실었다.
반면 삼성전자는 맞대응 의사 외에 이렇다 할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맞소송을 벌일 지도 미지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장 행동을 취할 만한 내용은 없다"며 "사태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면에는 애플이 주요 거래처라는 점이 작용한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통신기술을 침해했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이 삼성전자의 어떤 통신 기술 특허를 침해했는 지는 맞소송 시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며 "언론에 미리 공개하면 대응 전략을 노출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양 사의 공방은 요란한 대결보다는 당분간 수면 아래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애플은 노키아, 모토로라, 리서치인모션, HTC, 소니에릭슨, LG전자 등과 모두 몇 년째 소송에 얽혀 있는 상황이어서 삼성전자 소송 건을 확대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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