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충칭(重慶)시는 지금 문화혁명시대를 연상시키는 붉은 색으로 뒤덮였다. 도시 전역에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의 혁명정신을 배우자는 홍색문화(紅色文化) 캠페인의 구호와 홍가(紅歌)가 울려퍼진다. 대학생들은 문혁 당시 하방(下放)처럼 농촌과 공장으로 파견돼 봉사활동이 한창이다. TV에서도 황금시간대에 드라마가 사라지고 '홍색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충칭시의 홍색바람은 2012년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을 노리는 보시라이(薄熙來ㆍ62ㆍ사진) 충칭시 당서기의 야망과 맞물려 있다.
보 서기는 2009년부터 '범죄와의 전쟁'을 성공리에 이끌어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최근 그는 홍색문화캠페인을 통해 신(新)사회주의 건설이라는 의식개혁을 강화하는 한편 저가주택 대량공급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가 만들어 낸'충칭 모식(模式ㆍ모델)'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국특색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이정표라는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반면 중국 쿠바 북한의 형태를 뒤섞은 듯한 충칭 모식이 암흑기인 문혁 시대로 회귀하는 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최고지도부의 반응도 엇갈린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9명 중 권력서열 2위인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리창춘(李長春) 상무위원,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허궈창(賀國强)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공안분야 사령탑인 저우융캉(周永康) 상무위원 등 5명은 직접 충칭시를 방문, 보 서기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표시했다. 반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내년 중국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보 서기의 운명은 '충칭모식'이 '중국특색'으로 변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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