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산업의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폭발적이다. LG화학이 19일 올 하반기 전남 여수에 폴리실리콘 공장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하자, 20일 국내 최대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 OCI가 전북 새만금 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제5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삼성, 한화 등 다른 대기업들도 잇따라 사업 시작을 선언했고, OCI, KCC, 웅진 등 기존 생산 업체들도 행여 뒤질세라 공장 증설카드로 맞불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왜 폴리실리콘인가
태양광 산업은 기술 발전과 전지 등 핵심 부품 단가 하락에 힘입어 3~5년 내 가장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녹색 산업 가운데 하나. 2009년 300억 달러 규모의 세계 시장이 10년 후엔 1,000억 달러 이상으로 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산업은 폴리실리콘을 기초 소재로 이를 가공한 잉곳과 웨이퍼, 태양전지, 모듈, 발전 시스템이라는 6단계 일관 생산 체계를 갖고 있다. 이 가운데 폴리실리콘은 가장 큰 수익성이 좋은 소재 분야로 꼽힌다. 기술력과 규모의 경제를 동시에 갖춰야 하는 소재 특성상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최소 연간 생산량 1만 톤의 공장을 지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1조원 이상 투자가 필요하다. 또 나인나인(99.9999999%)급 이상의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만들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전지 등 다른 분야는 중국 회사들이 저가 공세로 우리 기업을 벌써 앞지르고 있지만, 폴리실리콘은 중국 회사들이 쉽게 따라오지 못한다"며 "우리 기업들이 중국 회사들에 대한 두려움 없이 시장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수익성도 짭짤하다. 실제 2009년 말 kg당 50달러 선이었던 단기 물량 가격은 지난해 말 현재 90달러 선까지 뛰어 올랐다.
앞선 주자들, "후발 주자와 격차를 벌려라"
새로운 노다지로 떠오른 폴리실리콘 시장을 잡기 위해 기업들은 가속 페달을 밝고 있다. OCI가 1조8,000억 원을 투자해 2013년까지 새만금에 짓겠다는 공장은 연간 생산량 2만4,000톤으로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에서 제일 크다. OCI는 계획대로 라면 올해 생산량을 4만2,000톤으로 늘려, 햄록(3만4,000톤)과 바커(2만5,000톤)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리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OCI 관계자는 "햄록, 바커 등도 2013년까지 공격적으로 증설을 진행 중이고 경쟁력 있는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서 지금이 증설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연간 생산 능력 6,000톤의 KCC는 사우디아라비아 MEC사와 각각 1억 달러를 투자해 사우디 동부 주베일에 연간 생산량 3,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짓는다. 유럽, 중동 시장 진출을 위해 국내 회사 중 처음으로 해외에 폴리실리콘 생산 기지를 짓는 KCC는 2016년부터 이곳에서 1만 2,000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최근 경북 상주에 공장을 세운 웅진폴리실리콘까지 2013년까지 증설을 통해 연간 생산량을 1만7,000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솔라앤에너지에 따르면, OCI, KCC, 한국실리콘, 웅진폴리실리콘 등 '4인 방'은 올해 폴리실리콘 생산량 3만8,000톤을 기록해, 세계 시장 점유율 22.1%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 태양전지 5장 중 1장은 한국 기업이 만든 폴리실리콘으로 만들어지는 셈이다.
삼성, LG, 한화 등 대기업들 "게 섰거라"
다른 대기업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LG화학이 2013년 하반기 생산을 목표로 전남 여수에 연산 5,000톤~1만 톤의 공장을 짓겠다고 나섰다. 한화케미칼도 이달 초 여수에 1만 톤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했다.
2월 삼성정밀화학이 미국 MEMC와 합작 법인 설립 계약을 맺고, 2013년 울산에서 연간 1만톤 규모의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KCC와 합작사를 세우고 폴리실리콘 시장에 발을 들여 놓았다.
대기업들은 특히 폴리실리콘과 태양전지, 모듈 등 다른 계열사의 태양광 산업 분야를 합치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심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가 지속되고 최근 일본 원전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태양광 산업은 앞으로 10년 동안 급성장할 것"이라며 "그 중 수익이 가장 좋은 폴리실리콘 시장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꽤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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