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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야 산다… '멀티톱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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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야 산다… '멀티톱 전성시대'

입력
2011.04.25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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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 개봉한 ‘써니’의 포스터는 일곱 명의 출연 배우들로 꽉 차 있다. 여느 영화와 달리 주인공 한두 명을 큰 얼굴로 내세우지 않고, 일곱 배우가 그만그만한 크기로 사이 좋게 웃고 있다. 마흔이 넘어 다시 만나게 되는 여고 7공주의 이야기를 반영한다지만 근래 보기 힘든 유형의 포스터다. 상영 중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김갑수 배종옥 유준상 류덕환 등 중량감 있는 배우 7명이 오순도순 포스터를 가득 채우고 있다. 아무리 가족의 사랑과 이별을 다룬 드라마라지만 조금은 낯선 모습이다.

‘뭉쳐야 산다.’ 요즘 충무로의 흥행을 위한 지상 명령이다. 한두 명의 스타를 내건 일명 ‘원 톱’ ‘투 톱’ 영화들을 대신한 이른바 ‘멀티 톱’ 영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2년 전에도 제작비 10억원 가량의 영화가 유행하면서 여러 배우들이 몰려 출연하는 현상이 빚어졌지만 최근과는 결이 좀 다르다. 예전 멀티 톱 영화가 여러 영화에 쪼개 출연하며 돈을 벌려던 배우들의 생계와 연계됐다면 최근의 현상은 휴먼 코미디의 득세와 이어져 있다.

최근 200만명의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는 ‘위험한 상견례’도 여러 명의 등장인물에 의지하고 있다. 송새벽과 이시영이 주연으로 크레딧을 장식하지만 조연들의 비중이 만만치 않다. 백윤식 김수미 김응수 박철민 정성화 등 지명도 있는 배우들이 영ㆍ호남 갈등을 재료 삼아 웃음 배달부 역할을 한다. 이 영화의 포스터도 8명의 등장인물로 꾸며져 있다.

류승범 주연의 ‘수상한 고객들’도 등장인물 여럿의 사연을 엮어 가며 124분의 상영시간을 이끌어 간다. 보험사 우수 영업직원인 병우(류승범)가 자살 위험도가 높은 고객들을 처절히 관리하는 과정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전하려 한다. 역시 조연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영화다. ‘적과의 동침’도 6ㆍ25전쟁 당시 한 오지 마을을 배경으로 웃음과 감동의 조화를 꾀한다. 김주혁과 정려원을 주연으로 앞세웠지만 유해진 김상호 신정근 등 조연들도 예사롭지 않다. 이들 멀티 톱 영화들은 모두 휴먼 코미디다.

언니네홍보사의 이근표 사장은 “요즘 유행하는 휴먼 코미디들은 많은 에피소드와 이야기를 담아 더 넓은 공감대를 끌어내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야기의 풍성함을 위해 비중 있는 조연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것이다. 주인공 한두 명으로 코미디를 이끌기 힘든 현실도 작용하고 있다. ‘위험한 상견례’와 ‘수상한 고객들’ 등에서 출연 장면에 비해 많은 웃음을 선사하는 김수미가 대표적이다.

멀티 톱 영화는 휴먼 코미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8월 개봉 예정인 해양 블록버스터 ‘7광구’도 무게감 있는 배우 여럿이 이끌어간다. 하지원 안성기 오지호 이한위 송새벽 등이 고립무원의 바다 석유시추선에 나타난 괴생물체와 싸우는 연기를 한다.

대형 스타의 부재도 멀티 톱 영화 전성시대의 요인으로 꼽힌다. 강동원 현빈 조인성 등 특급 스타들의 군 입대와 이렇다 할 대형 여배우가 없는 현실의 반영이라는 것이다. 연말 개봉할 장동건 주연의 블록버스터 ‘마이웨이’를 제외하면 관객들을 강하게 유인할 스타 캐스팅 영화가 딱히 없다. 영화홍보사 영화인의 신유경 대표는 “최근 충무로에 티켓 파워가 확실한 배우가 없다. 대신 명품 조연에 대한 관객들의 만족도도 높으니까 예전과 달리 조연배우들도 홍보에 내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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