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과학자들이 포함된 국제공동연구팀이 인류 역사상 가장 무거운 반(反)물질을 발견했다.
12개국 54개 연구기관의 과학자들로 이뤄진 STAR 연구팀은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의 중이온가속기(RHIC)를 이용해 반물질인 헬륨4 원자핵을 처음 포착했다고 영국 과학학술지 네이처 25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2000년 시작된 STAR 연구팀에 2005년부터 합류한 유인권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팀은 “헬륨4보다 무겁고 안정적인 반물질이 나올 확률은 100만분의 1 이하”라며 “이번 성과는 우주 초기 상태를 알아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TAR 연구팀은 지구에 존재하는 가장 무거운 물질 중 하나인 금의 원자핵을 RHIC에서 높은 에너지로 충돌시켰다. 그러면 원래 원자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물질과 반물질이 생긴다. 이게 바로 우주 초기의 빅뱅과 같은 상태다.
우주 초기엔 물질과 반물질이 같은 양씩 생겼다. 하지만 지금의 우주는 희한하게도 물질로만 이뤄져 있다. 현대과학으로 반물질의 존재는 증명됐다. 하지만 반물질이 어떤 과정으로 얼마나 생겼는지, 그 많던 반물질이 다 어디로 갔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반물질은 보통의 물질을 구성하는 소립자(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의 반입자(반양성자 반중성자 양전자 등)로 구성되는 물질을 말한다. 반물질은 다른 물질과 만나면 곧바로 감마선이나 중성미자로 변해 버린다. 때문에 빅뱅을 재현해 조금이라도 안정적으로 오래 존재하는 반물질을 찾아내는 게 물리학계의 오랜 숙원이다. 유 교수는 “헬륨4 원자핵은 RHIC 안에서 수십 마이크로초(100만분의 1초) 동안 지속됐다”며 “검출된 약 5,000억개 입자들 가운데 헬륨4로 분명히 식별된 건 불과 18개뿐”이라고 말했다. 헬륨4는 지금까지 나온 가장 무겁고 안정적인 반물질로 기록될 전망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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