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 정일영)는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 당시 탈레반에 의해 살해된 샘물교회 신도 심모씨의 유족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는 언론매체 등을 통해 꾸준히 아프간의 불안한 정세와 탈레반의 테러 가능성 등을 국민에게 공표해 여행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아프가니스탄 여행자의 출국을 금지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는 유효적절한 수단이었다"며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심씨 등은 이같은 상황에서 인천국제공항에 설치된 '아프간 여행 자제 요망' 안내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며 "이들도 아프가니스탄 여행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이를 감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정부가 협상을 잘못했다는 원고측 주장에 대해서는 "정부는 CNN방송을 통해 무사 석방을 요구하는 긴급 메시지를 발표하는 등 피랍자들을 석방하기 위해 적절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정부가 탈레반의 요구사항을 공개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알리지 않아 심씨 등이 살해됐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심씨 등 분당 샘물교회 신도 23명은 2007년 7월19일 아프가니스탄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중 탈레반에 납치돼 심씨 등 2명은 살해되고 21명은 억류 42일 만에 풀려났다. 심씨의 부모 등은 "외교통상부가 여행의 위험성을 알리거나 출국 자제 요청을 하지 않았다"며 3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같은 법원은 2004년 이라크 무장단체에 피랍돼 살해된 김선일씨 사건에서도 국가의 과실은 없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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