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라, 에너지 블루오션] 밭과 바다에 기름이 있다(바이오 연료)경유 혼합률 1.5%땐 환경개선 가치 2000억팜대두 등 원료시장 안정적 확보가 관건면세·의무혼합제 등 장려정책 확대해야
19일 울산 남구의 울산공단. 이곳에 위치한 한 정유사로 대형 유조차가 수시로 드나든다. 원유에서 정제된 휘발유와 경유 등 다양한 종류의 기름을 실을 차들이 전국의 정유소를 향해 바삐 움직이는 사이, 바이오디젤을 실은 차량이 간간히 눈에 띈다.
경유를 쓰는 소비자라면 이미 바이오디젤을 사용하고 있다. 생산업체는 바이오디젤을 정유사에 납품하고, 정유사는 이를 원유에서 정제한 경유와 섞어서 주유소에 공급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2006년 바이오디젤 보급을 위한 정부와 정유사 간의 자발적 협약에 따른 것이다.
SK케미컬 울산공장에서는 하루 340만톤의 바이오디젤이 생산된다. 바이오디젤은 원료가 되는 팜유 등이 고온 고압의 플랜트 설비 속에서 알코올(메탄올), 촉매 등과 반응하는 에스테르화를 거쳐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벙커C유의 대체에너지로 쓰일 수 있는 에코300(35톤)과 물(30톤)이 부산물로 나온다. 이응윤 SK케미컬 바이오에너지 생산팀장은 "바이오디젤 생산과정에서 불필요한 부산물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바이오디젤은 현재까지 나와있는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환경개선 효과가 가장 크다. 바이오디젤 1kg은 경유에 비해 온실가스 발생량이 2.2kg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화학구조상 11~12%의 산소를 내포하고 있어 완전연소가 잘 되기 때문이다. 추가로 탄소배출권거래제에 따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식경제부가 외부기관에 용역을 의뢰한 결과 2009년 기준으로 혼합률 1.5%를 기준으로 환경개선에 따른 편익이 2,093억원으로 평가됐다. 이는 면세추정액 1,520억원 보다 많은 돈이다.
수출시장으로서의 잠재성도 무시할 수 없다. SK케미컬의 경우 지난해 싱가포르 트래이딩사에 6만톤을 수출해 4,800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다. 기술개발에 따른 부수익도 있다. JC케미컬의 경우 2008년 자트로파 착유플랜트 수출로 26만달러의 수익을 얻었다. SK케미컬이 특허를 가진 기존 석유 정제 설비를 활용한 바이오디젤 생산기술 또한 해외 각국에서 기술 수출을 요청하고 있다.
고용효과도 만만찮다.에너지관리공단의 연구 결과 바이오디젤 생산 플랜트에서 10만㎘당 1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경유는 BD2로 바이오디젤이 2%가 섞여 있다. 2007년을 시작으로 매년 0.5%씩 혼합률을 높인 덕이다. 국내에 등록된 바이오디젤 생산 업체는 15곳. SK케미컬, 애경유화, 엠에너지를 필두로 단석산업, JC케미컬, BDK, 에코솔루션 등이 한해 생산할 수 있는 총량은 104만㎘다. 하지만 정부 추정에 따른 가동률은 67% 수준에 불과하다.
바이오디젤의 경우 굳는 온도가 경유에 비해 높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기후에 따라 경유와 혼합 정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극복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기술수준에서도 최대 20%까지 혼합해도 사용에 불편함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어 생산설비의 과잉으로 보기는 어렵다.
생산원가 문제도 마찬가지다. 장치산업의 특성상 일정 규모 이상이 됐을 때 생산원가는 충분히 내려갈 수 있지만, 기존 정유사들은 이를 반기지 않는 눈치다. 바이오디젤의 혼합비가 늘어날수록 기존 정유사의 경유 판매량이 줄어들게 돼 손실 발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바이오디젤 연료가 0.5%섞이면 ℓ 당 약 2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보고있다. 일부 정유사에서 기존 바이오디젤 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회사를 만들어 시장에 직접 참여하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바이오디젤은 거대 정유사와 경쟁하는 측면이 있어 면세 혹은 의무화 제도(RFS) 없이는 안정적 보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스페인,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에서는 면세제도를, 독일 영국 미국은 의무화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의무혼합제의 경우 2010년 기준으로 EU는 평균 5.75% 수준이다. 북미 지역은 BD2~BD5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바이오연료 연간 50만㎘를 쓰도록 하는 의무혼합제 도입을 논의 중이다. 중국의 경우 의무제는 시행되지 않았으나 하이난성이 BD10을 시행하는 등 각 성별로 자발적으로 혼합해서 쓰고 있다.
정부는 당초 올해 의무혼합제를 도입해 2020년까지 혼합비율을 해마다 0.5%씩 늘여 BD7을 달성할 계획이었지만 부처간 이견으로 도입을 연기했다.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은 바이오디젤 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장애가 되고 있다.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줄여 원료의 대량 장기구매를 통한 원가절감. 추가 기술개발, 해외농장개척 등의 추진이 어려워 경쟁력 확보에 장애가 되고 있다. 정부는 면세혜택을 2010년 중단할 예정이었으나 올 한 해까지로 1년 연장됐다. 면세액 증가에 따른 조세 감소를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경유 사용량 감소로 인한 유류세 감소 또한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원료의 안정적 확보라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바이오디젤 원료 중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팜과 대두로 2009년 기준으로 원료의 72%를 수입한다. 바이오디젤의 생산원가 중 원료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정도로 원료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따라서 안정적 수입선을 확보하기 위한 해외농장 확보가 필수적이다. 원료 공급 비율의 27.4%를 차지하는 국내 폐식용유도 수거율이 꾸준히 늘어 사업장의 경우 평균 60%이상을 회수하고 있다. 하지만 가정의 수거율은 15%로 낮다. 체계적인 수거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석유는 생활과 산업에 있어 중심이 되는 에너지 자원. 하지만 석유의 가치는 또 있다. SK케미컬 오명환 상무는"우리 생활에 쓰이는 대부분의 물건은 석유를 기초소재로 한다"며"석유는 에너지이기도 하지만 산업의 필수 소재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는"없어서는 안 될 소재를 남겨서 자손들에게도 물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이오디젤을 지켜봐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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