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분출하기 시작했다. 그리스 채무재조정 가능성과 미국 신용등급 전망 하향이라는 악재로 잠시 주춤했던 지수가 조정 하루 만에 상승세를 재개해 지난 주 장중 한때 2,200포인트를 넘어서는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막상 자세히 들여다 보면 투자자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것 같다.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어떤 종목을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증시의 특징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차별화'이다. 자동차와 화학을 제외하고 제대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업종이 드물다. 지난 주부터 정보기술(IT) 업종이 가세하기 시작했고 태양광이나 조선업종 중 일부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지만, 그 외 많은 종목들의 주가 흐름은 영 시원찮다. 연초 이후 유가증권 시장에서 코스피 상승률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인 종목은 전체의 30% 밖에 안 된다. 나머지 70%는 코스피보다 못하고 상당 부분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지나친 편중이라는 우려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증시의 과거 역사를 들여다 보면 차별화 장세는 상승기마다 매번 반복됐던 일반적인 현상이다. 1999년 IT 버블 당시 주식시장에서 IT와 통신, 그리고 코스닥이 보여주었던 차별화는 지금 나타나고 있는 차별화보다 더 심했다. 2006~2007년에 나타났던 조선ㆍ기계ㆍ철강 업종의 차별화, 1980년대 후반에 나타났던 트로이카 장세나 1990년대 저 주가수익배율(PER) 장세, 자산주 장세 등 국내 증시에서 주가상승과 차별화가 맞물리지 않았던 적은 한 번도 없다.
따라서 투자전략을 세울 때는 차별화를 분명히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번뿐만 아니라 다음 상승 사이클에서도 차별화는 반드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상승 사이클을 주도하는 업종과 종목이 무엇인지 분명히 구분하고 주도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주도주가 무엇인지 잘 알 수 없다면 업종별로 고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종목의 비중을 더 늘리고 하락하는 종목의 비중을 줄이는 전략을 가져가면 된다. 이러한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계좌에는 저절로 주도주 비중이 높아지고 소외주 비중은 낮아지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적 호전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이번 주도 양호한 주가 흐름이 예상된다. 주도주인 자동차, 화학에 IT가 가세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 철강이나 보험, 유통 업종도 후발주자로서 관심이 간다. 주도주 중심의 포트폴리오에 후발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있는 업종을 일부 담아서 같이 가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매입 이후 상승세를 보이는 종목 중심으로 비중을 늘려가는 리밸런싱을 꾸준히 진행한다면 시간이 지난 후에 후발 주자 중 어떤 업종이 주도주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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