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 주말 내놓은 '중소기업 적합업종ㆍ품목 가이드라인'은 대기업의 싹쓸이 식 사업 확장으로 급격히 위축된 중소기업의 존립기반을 넓혀주자는 취지다. 박정희 대통령 때 만들어졌다가 2006년 폐지된 중소기업 고유업종제가 5년 만에 사실상 부활하는 셈이다.
골자는 근로자 300인 이하, 시장규모 1,000억~1조5,000억원인 품목 가운데 중소기업 적합성 등을 따져 최종적으로 적합업종을 선정하는 것이다. 선정된 업종엔 최대 6년간 대기업 진출을 자제시키거나, 이미 대기업이 진출해 있는 경우 해당 사업을 중소기업에 넘기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동반위가 민간기구인 만큼 고유업종제 때 같은 법적 강제력은 없다. 하지만 이르면 8월 시행에 앞서 실효성을 높이는 법률적 보완이 뒤따를 전망이다.
고유업종제 같은 전통적 중소기업 지원책은 취지가 좋았는데도 나중엔 부작용이 눈덩이처럼 커진 게 사실이다. 중소기업들은 안전한 진입장벽 뒤에서 경쟁 회피, 실질적 독점, 무사안일주의 같은 부정적 경향을 나타냈고, 이는 산업기술의 질적 저하나 고객 피해 등으로 이어졌다. 2006년 제도 폐지의 배경이다.
하지만 규제가 없어지자 두부 같은 식품에서부터 문방구 사업에 이르기까지,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확장 행태가 재연됐다. 10대 그룹의 자산총액이 4월 1일 현재 887조원으로 3년 전보다 57%나 증가한 데는 중소 신사업 진출의 영향도 컸다. 실제 이들 그룹의 계열사 수만 봐도 같은 기간 434개에서 649개로 급증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이 같은 불균형성장이 이번 가이드라인을 부른 셈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를 어떻게 운영하는 게 바람직할지는 자명하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진출을 견제할 수 있는 실효성을 확보하되, 중소기업의 경영 해이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시행의 묘를 살려나가는 것이다. 어떤 업종을 선정할지, 대기업의 범위는 어떻게 잡을지, 불복하는 대기업을 어떻게 처리할지 등 구체적 문제는 시행과정에서 창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일괄규제는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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