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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경영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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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경영의 책임

입력
2011.04.2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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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ㆍ11 대지진 사흘 뒤 일본 3대 메가뱅크의 하나인 미즈호 은행의 전산망이 마비돼 일부 업무자동화기기(ATM)를 통한 입출금과 송금, 인터넷 온라인 거래가 중단됐다. 격진과 해일, 제한송전 등 대지진의 영향이 잠시 거론됐으나 조사 결과 지진과 그에 따른 제한송전 등과는 무관한 전산망 자체의 오류 때문으로 밝혀졌다. 전산망 복구에는 꼬박 열흘이 걸렸다. 그나마 월급날이 몰린 3월 25일 이전에 끝난 것만도 다행이었다. 다만 금융의 핵심 기반인 전산망 마비로 흔들린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 니시보리 사토루(西堀利) 행장이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 금융 마비에 따른 책임이 커서 최고경영자가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인식이 조직 내부에 무성하다고 한다. 6월 주주총회에서 퇴진할 때까지 확고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게 니시보리 행장에 주어진 최종 임무라고 일본 언론은 전한다. 일본 언론은 그가 지게 된 책임에 '사회적' 또는 '결과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3개 은행 통합으로 탄생한 미즈호 은행인 만큼 안정적 전산망 관리가 핵심 경영과제의 하나임은 분명하지만, '법적 책임'을 따질 일은 아니다.

■ 애초에 배임ㆍ횡령 등 적극적 위법행위가 없는 한, 경영 책임을 법적 차원에서 따지기란 어렵다. 그릇된 판단으로 기업의 주인인 주주를 비롯한 많은 이해관련자(Stakeholders)에게 손실을 안기더라도, 최고경영자는 그런 결과와 관련해 조직 내부나 사회를 향한 도의적 책임을 지는 데 그친다. 하기야 이런 결과적 책임, 도의적 책임에도 관심이 없는 최고경영자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농협중앙회가 빚은 국내 금융사상 초유의 전면적 전산마비 사태 수습과정에서 농협중앙회 최고경영층이 보여준 자세는 반면교사로 되고도 남을 만하다.

■ 사태 발생 직후인 14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국민 사과에 나선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은 "비상임이라서 업무를 잘 모르고, 한 것도 없으니 책임질 것도 없다"는 말로 놀라움을 던졌다. 뒤늦게 인책사임 의사를 밝힌 이재관 전무는 이를 부연해 "2008년 중앙회장이 비상임으로 바뀐 이후 법적 책임은 없어졌다"고 밝혔다.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결과ㆍ도의적 책임에 쏠린 것과 달리 농협 최고위층의 인식은 '법적 책임'에 한정돼 있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진다. 아무 일도 않고, 책임도 없는 자리에 왜 굳이 앉아 있겠다는 것인지.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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