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간의 독재 종식이 눈앞에 다가왔다.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걸프협력협의회(GCC) 중재안을 수용, 30일 내 퇴진키로 하면서 또 한 명의 독재자가 반정부시위로 물러나게 됐다. 1월 14일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튀니지 대통령, 2월 11일 호스니 무바라크 이라크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가 된다. 그러나 살레 대통령은 지난달 '연내퇴진' 의사를 밝혔다가 번복한 전례가 있는데다, 24일에도 살레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 중 5명이 사망했다. 정권이양과 정국안정까지는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위 발생부터 퇴진까지
반정부 시위는 튀니지의 재스민혁명에 자극받은 학생운동으로 시작됐다. 사나대학의 학생들은 1월 16일 민주화와 살레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행진을 벌였다. 이후 정부의 강경진압은 오히려 시위를 전국으로 확산시켰다.
예멘의 시위는 튀니지와 마찬가지로 실업과 경제불황, 부패에 항거하는 몸부림이었다. 예멘은 인구의 절반 가량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연명하는 최극빈국이자 2010년 부패지수 146위(국제투명성 기구 조사)인 나라다.
30년 넘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살레 대통령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1월 27일 사나에서 1만6,000여명의 시위대가 퇴진을 요구하자 다음달 "2013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서둘러 진화했다가, 3월 18일에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시위대를 압박했다. 그는 야권과 연내 퇴진을 협의했다가 며칠 뒤 뒤집는가 하면, 정권이양을 골자로 한 GCC의 첫 중재안을 거부하는 등 권력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그러나 석달 간 시위에서 13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데 따른 국제사회 여론 악화, 일부 군 사령관을 비롯한 측근의 이탈 등으로 압박이 가중되자 결국 GCC의 중재안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살레의 퇴진을 민주화 혁명의 승리라고 평가하기는 미흡하다. 주변국이 개입한 중재안은 살레 일가와 측근에 대한 처벌을 면제하고, 현 집권당이 과도정부 절반의 지분을 갖는 등 독재 청산에 큰 제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 이양 어떻게 되나
GCC가 제시한 중재안에 따르면 살레 대통령은 30일 이내에 사퇴서를 제출하고 부통령에게 권력을 이양해야 한다. 이후 여야가 통합정부를 구성하고 살레 퇴진 이후 60일 이내 대통령 선거를 실시하도록 되어 있다. 살레가 지명한 야권 지도자가 통합정부 구성권한을 가지며 통합정부 내각은 집권당 50%, 야당 40% 등으로 구성된다.
살레 대통령에 대한 처벌 면제 조건 때문에 GCC 중재안에 부정적이었던 야권은 살레 대통령이 먼저 퇴진한 뒤 통합정부를 구성한다는 조건을 달아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 온 청년단체들은 살레의 처벌 면제를 조건으로 한 중재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위도 멈추지 않았다. 24일 남부 라히지 지방에서 시위대와 군이 충돌, 군인 4명을 포함한 5명이 사망했다고 예멘 경찰은 밝혔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