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비밀은 밝혀졌지만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배우 이지아(33)는 21일 밤 가수 서태지(39)와의 첫 만남부터 결혼과 이혼, 그리고 법정다툼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공개했다. 그러나 대강의 줄거리만 밝혔을 뿐이어서 이들이 왜 결혼 사실을 꽁꽁 숨겨야 했는지 등 많은 부분이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더구나 한 당사자인 서태지는 입을 굳게 닫고 있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들과 소송의 쟁점을 짚어봤다.
비밀노출 각오하고 소송 벌인 까닭은
이지아는 "재산분할 청구 소송의 소멸시효가 다 되어 더 이상 협의가 힘들 것으로 판단되어 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양측이 이 문제로 장기간 실랑이를 벌여왔다는 얘기다.
그러나 갈등의 핵심이 재산 문제만인지는 의문이다. 이지아가 단지 돈 때문에 그동안 숨겨온 비밀을 드러내 배우 생명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길을 택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미 피해는 현실화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여러 건의 출연 계약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다 중단됐다"고 말했다. 더구나 최근 열애 사실을 밝힌 정우성과의 관계도 불안해졌다. 그가 이런 사태를 감수하면서까지 소송을 택할 만큼 절박한 다른 사정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지아 측은 "사태가 이렇게 확대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대형 로펌의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받는 상황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혼 시기 "2006년" vs "2009년"
이지아는 "2006년 이혼 신청서를 제출했고 2009년부터 효력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서태지 측은 2006년 이혼했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이혼 시기가 문제인 것은 재산분할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2년이기 때문. 국내와는 법 체계가 다른 미국에서 이혼이 이뤄져 이지아측 주장처럼 신청과 효력발생 시점을 다르게 볼 근거가 있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서태지 측은 2006년 이혼 당시 재산분할도 끝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당시 서태지 측의 제안에 이지아가 동의하지 않았거나 나중에 해석이 갈릴 수 있는 별도의 합의 조건이 있었을 수도 있다. 서태지의 재산은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200억원 상당의 소속사 건물과 50억원을 호가하는 강북 자택 등 최소 3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55억원 소송 이지아 승소 가능성은
이지아가 청구한 금액은 위자료 5억원, 재산분할 50억원이다. 부부의 재산분할은 결혼기간 두 사람이 함께 축적한 재산을 나누는 것이어서 이지아가 불리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서태지가 1997년 결혼 이후 상당기간 활동을 하지 않았고 2000년 컴백 이후엔 사실상 별거 상태였던 것으로 미뤄 이지아가 그의 재산 증식에 기여했다고 주장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것. 그러나 한 변호사는 "10년 이상 혼인생활을 했으면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며, 가사일이나 음악적 영감을 준 것도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지아 연예활동 때문에 틀어졌나
이지아는 2007년 드라마 '태왕사신기'에 출연하면서 키이스트와 계약을 맺고 본격 연예 활동을 시작했다. 앞서 이지아는 2004년 말 잠시 방한해 배용준이 출연한 LG텔레콤 광고에 단역으로 출연했다가 키이스트 양근환 대표의 눈에 띄었고 2005년 초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했다. '태왕사신기'에 오디션을 통해 발탁됐다지만 연기경력이 전무한 그가 주연급을 꿰찬 것은 매우 이례적. 이 때문에 여기에 서태지의 영향력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하지만 이지아가 2006년 이혼 신청을 낸 것으로 보아 그 무렵 둘 사이는 이미 소원했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서태지가 둘의 관계가 노출될 위험이 있는 이지아의 연예 활동을 달갑지 않게 보았고 이것이 둘 사이가 틀어진 결정적 계기가 됐을 수 있다.
이혼하고 서태지 콘서트에는 왜
이지아는 2009년 3월 14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서태지 웜홀 콘서트'를 찾았다. 그는 당시 기자들에게 "평소 서태지의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이혼한 이후다. 때문에 당시 둘 사이가 지금처럼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반면 언론에 노출될 것을 감안하고 콘서트장에 들른 게 서태지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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