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도 좋은 은행과 나쁜 은행이 있을까. 이번 주 경제뉴스에서 자주 등장한 용어 중 하나가 바로 배드뱅크(Bad Bank)다. 말 그대로 옮기자면, '나쁜 은행'이다.
하지만 배드뱅크는 '나쁜 곳'도 아니고, '은행'도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나쁜(부실) 채권만을 모아두는 특수목적회사(SPC)다. 금융권에 분산돼 있는 부실 채권을 한 곳에 모아 처리함으로써 금융권 전반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썩은 딸기가 멀쩡한 딸기와 섞여 있으면, 멀쩡한 것마저 썩어 들어갈 수밖에 없고 제값을 받고 팔기도 쉽지 않으니 썩은 걸 별도로 분리해서 정리를 하겠다는 취지다.
이번에 금융당국이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채권만 따로 모아두는 민간 배드뱅크다. 지금까지 설립된 배드뱅크는 일반 부실대출을 사들이는 것이었으니, 다소 차이가 있다. 금융회사들이 무턱대고 PF 대출을 늘렸지만 부동산 경기가 꽁꽁 얼어붙어 착수조차 못한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PF 대란'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 금융권 전체에 부실 PF 대출 규모만 1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이 보유하고 있는 PF 부실 대출을 한 곳에 모아 정상화를 추진하는 배드뱅크를 설립하겠다는 게 당국의 구상이다.
하지만 아직은 논의의 초기 단계. 은행들 간에도 이견이 적지 않아 실제 설립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은행마다 부실 채권 보유량도 다르고 부실 정도도 다른 상황에서, 일률적인 조건으로 배드뱅크 설립에 동참하라고 강제하기는 쉽지 않은 탓. 실제 배드뱅크 설립에 필요한 초기 자본금은 최소 5,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연체율이 25%에 육박하는 저축은행 PF 대출 처리 문제다. 민간 배드뱅크는 은행들만 참여한다는 것이 원칙.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경우 자산관리공사(캠코)의 구조조정기금을 통해 PF 대출을 매입해주기로 하고 세부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