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국내 최초 트랜스젠더 쇼인 '판타스틱쇼'가 8일 오후 경기 파주에서 막을 올렸다.
판타스틱쇼는 올 2월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로부터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공연시간을 오후 2시와 5시30분으로 잡은 것도 내용의 건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쇼케이스가 열린 1일 하리수씨는 "음지가 아닌 양지에서 많은 사람들과 호흡하고 싶은 우리의 작은 외침"이라며 판타스틱쇼를 대표적인 한류 문화 상품으로 키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태국의 알카자쇼와 견줄만한 잠재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언론의 호평도 받았다.
그러나 공연장 인근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더구나 일회성이 아닌 2년간 하루 2회 상시 공연된다는 사실에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공연장 옆에 중고등학교가 있습니다. 그 뒤로는 주택이고요. 성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떠나 파주 출판단지의 고급스런 이미지와도 맞지 않습니다"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판타스틱쇼가 끊임없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총연출을 맡은 임태호 감독은 한마디로 편견이라고 말한다. 임 감독도 처음에는 연출 제의를 고사했다. 예술가로서 자존심과 주위의 시선 때문이었다.
그러나 배우들을 만나면서 차츰 생각이 바뀌었다. 연기 연습 도중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표현해 보라는 주문을 하자 배우들이 펑펑 울기 시작했다. 그 동안 억눌렸던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서로 마음을 열고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공연을 시작된 지 어느덧 한 달, 여전히 객석은 텅 비었지만 오후 2시가 되면 어김없이 막이 오른다. "미용사로 일할 때 전 여자로 살았습니다. 오히려 공연을 하면서 트랜스젠더라는 것이 알려진 셈이죠. 이제 저를 여자가 아닌 트랜스젠더로 보지만 후회는 안 해요. 맘껏 춤을 출 수 있는 무대가 있으니까요."배우 신나라(25)씨의 고백이다. 자신에게 성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옷이 작아지면 바꾸듯 자연스런 결정이었다고 말한다.
공연 하나로 세상의 편견이 바뀌진 않을 것이다. 한 달 동안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들에겐 공연을 계속해야만 하는 이유가 생겼다. 적어도 무대에 선 '딸'을 보며 자랑스러워하는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조영호 기자 you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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