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의 운명을 바꾼 불멸의 이순신 '최후의 비밀'
이순신 백의종군/제장명 지음
정유재란(1597, 98년)기는 이순신의 일생 중 가장 어려웠을 시기였다. 삭탈관작에 어머니의 죽음, 조선 수군의 패배, 전라도 함락, 고작 10여?의 배….
객관적 사료를 동원, 상대적으로 자료가 박약한 정유재란 2년 동안의 이순신을 집중 추적한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시련과 절망의 시기였던 백의종군기와 대전환점으로서의 7년 전쟁, 전황을 급전시킨 칠천량 해전, 나아가 조선의 운명을 바꿨던 명량해전, 최후의 결전장이었던 노량해전 등으로 나눠 이순신의 마지막까지 서술한다.
해군교육사령부 충무공리더십센터 연구원 활동 등 일반과 해군을 상대로 이순신 정신을 알려 온 저자의 풍부한 경험 덕분에 유려한 서술이 장점이다. 적재적소에 배치한 도표도 이해를 돕는다. 자살설과 피격설 등 이순신의 최후를 둘러싼 논점, 시신 운구와 이장을 둘러싼 이야기 등 이순신의 사후 처리에 관한 대목은 각종 도표와 함께 이순신의 죽음을 객관화한다. 행복한나무ㆍ308쪽ㆍ1만5,000원
장병욱기자 aje@hk.co.kr
■ 법정 스님이 사촌동생에 전한 15년간의 편지들
마음하는 아우야!/박성직 엮음
법정 스님이 출가 이듬해인 1956년 3월 사촌동생에게 쓴 편지의 한 대목이다. '미안하다. 죄스럽다. 세상일이 한바탕의 꿈이라더니 꼭 꿈속 같기만 하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이 되어 버렸다. 출가가 나로서는 어떤 연유에서일지라도 집안에 대해서는 배반이 아닐 수 없다. 얼마간의 수도를 쌓은 뒤엔 다시 세상에 나갈 것이다. 그동안은 죄인이다. 죽일 놈이다.' 법정 스님이 출가해 15년 동안 사촌동생인 박성직씨에께 쓴 육필 편지를 모았다. 색 바랜 원고지에 쓰인 글은 요즘 독자들이 만난 스님의 정갈한 문체와는 조금 다르지만 출가 초기의 마음가짐과 수행자로서의 생생한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박씨는 유년 시절 법정 스님과 한 방을 쓰며 친형제처럼 자랐고, 법정 스님을 대신해 지금도 스님 어머니의 제사를 지내고 있다. '고향의 자연에 친해 보라''자기가 사는 주변의 공간만은 자기 색으로 가꿔라''늘 좋은 책을 가까이 해라'등 사촌동생을 생각하는 형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녹야원ㆍ247쪽ㆍ1만8,500원
남경욱기자 kwnam@hk.co.kr
■ "진보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빨치산 구연철 일대기
신불산/안재성 지음
빨치산 출신의 민주화ㆍ통일 운동가 구연철의 일대기를 구술사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경남 양산시과 울주군 경계에 자리한 신불산(1,209m)은 구연철이 활약한 영남 지역 빨치산 투쟁의 근거지였다.
양산 출생인 구연철은 일본 나가사키 인근에서 탄광노동자로 일한 아버지를 따라 일본으로 이주했다가 해방 후 귀국했다. 고교생 때 인쇄노조 활동에 가담했다가 옥살이를 하기도 했던 그는 대학 시절 6ㆍ25전쟁이 발발하자 입산을 택했다.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이 교차했던 3년 9개월의 빨치산 생활을 접고 지하당 건설을 위해 하산한 그는 1954년 부산에서 체포돼 꼬박 20년을 복역했다.
그 후 구연철이 생계를 위해 운영한 오리농장은 부산ㆍ경남 운동가들의 사랑방이 됐고, 그는 각종 집회와 모임을 찾아다니며 민주화와 통일을 향한 식지 않은 투쟁 열정을 태웠다. 지난했던 삶을 한 번도 후회해 본 적 없다는 그는 미래도 낙관한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진보의 시계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고 믿는 까닭이다. 산지니ㆍ260쪽ㆍ1만3,000원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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