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파울 트룸머 지음·김세나 옮김/더난출판 발행·344쪽·1만5,000원
오스트리아 유력 신문사 쿠리어의 경제 전문기자 파울 트룸머(31)는 어느 날 저녁 냉동 피자를 데워 먹다가 밀가루 살라미 치즈 마늘 등 포장지에 적혀 있는 14가지 첨가물 목록을 보고는 의문을 가진다. "도대체 누가 무엇으로 어떻게 이 피자를 만들었지?" "왜 사람들은 이 나쁜 음식을 먹을까?"
트룸머가 쓴 <피자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 는 냉동 피자의 생산 과정을 추적하며 값싸고 맛있는 가공식품의 이면에 담긴 진실을 파헤친 책이다. 피자는>
저자는 저널리스트답게 발품을 팔아 가며 그들이 은폐하거나 축소한 사실들에 접근한다. 그는 곧 냉동 피자에 들어가는 식자재와 첨가물의 생산 및 유통 과정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미국에서 거대 곡물 거래 업체 최고경영자(CEO)를 만나고, 이탈리아에서 아프리카 출신의 토마토 수확 노동자를, 독일에서는 파업 중인 우유 생산 농민을 만난다. 그는 긴 여정 끝에 무서운 문제점 몇 가지를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어 밀 농장에서는 극심한 시장 가격 변동 때문에 '멸종 위기'에 처한 소농민들의 현실을 목격한다. 해마다 춤을 추는 곡물 가격 때문에 다음 해에 얼마나 재배해야 할지 계획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대형 제조 업체들 역시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부담을 농가에만 전가하려 해 장기계약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토마토 농장에서는 수확 철에 필요한 일손을 불법체류자들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했고 더 빨리 더 많은 토마토를 생산하기 위해 화학약품의 도움을 받았다. 육류 공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소와 돼지를 사육하고 도축하는 과정과 맛있는 고기를 만들기 위한 품종 변형, 그리고 가축들이 도축되기 전까지 먹은 유전자 변형 사료의 위험성까지 생각하면 피자에 들어가는 살라미 한 조각조차 상당히 불쾌해진다. 저자는 이런 가공식품의 문제점을 대표격인 냉동 피자를 통해 고발했지만 다른 가공식품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저자는 소비자들이 정체불명의 화학 폭탄을 버무려 만든 가공식품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는 10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육류 섭취를 줄이고, 유기농 및 제철 현지 식품을 구입하고, 요리하는 법을 배워라 등이다. 저자는 이와 함께 식생활 개선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힘을 강조하고 있다."우리는 소비자로서 이 세상에 작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게 기여하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오직 분기 수익이 대기업의 보증수표가 되고 있는 사회에서 소비자들의 제품 거부는 그야말로 막강한 투표권이라 할 수 있다."
책은 학술적 논문도 아니고 먹거리에 관한 개인적 관심에서 시작한 작은 탐구에 불과하다. 하지만 저자가 냉동 피자 하나를 규명하기 위해 벌인, 세계를 아우르는 조사의 결과인 것을 알면 그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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