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요즘에 읽는 책은.
"서점에서 손에 집어 든 책이 일본 작가 <아쿠타가와 작품선> 이었습니다. 짤막짤막한 단편들을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이 읽어 내려갔습니다." 아쿠타가와>
_왜 이 책을….
"인간의 욕망, 그리고 우리가 찾고자 하는 진정함에 대해 아름다운 필치로 선명하게 묘사해 내려간 소설입니다. 단편 하나하나가 맑은 우물에서 길어 올린 샘물처럼 투명하고 담담하게 삶의 편린을 그려 나가고 있습니다."
_이 책의 좋은 점은.
"'두자춘(杜子春)'이란 단편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부유함과 쾌락을 추구하는 인간이 삶의 무상함과 만나고, 인간의 한계를 넘어 신선이 되고자 합니다. 그러나 인간애를 재발견하고 이상적 세계란 저 너머가 아니라 현실에서 구현된다는 점을 설파합니다. 막연한 초월적 세계보다 꽃피는 봄날이 더욱 아름답다는 인식에 도달한 것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_인상적 대목은.
"두자춘이란 주인공이 신선이 되기를 포기하는 장면입니다. 인간의 감정을 여의고 무감각한 신선보다 번민에 사로잡히지만 아픔을 느끼는 인간으로 남고 싶어 합니다. 하룻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신선이 될 수 있었지만 어머니가 채찍질당하는 모습을 보고 두자춘은 그만 소리를 지르고 맙니다. 아무리 신선이 된다 한들 지옥에서 채찍질당하는 어머니를 모른 척할 수 없었다고 두자춘은 말합니다. 신선법을 가르쳐 주던 노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그때 네가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면 내가 너를 때려 죽였을 거라고 동의합니다."
_추천한다면.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정신 없이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부자가 되는 것, 신선이 되는 것도 포기한 두자춘은 복사꽃 만발한 동산에서 살라는 제안을 받습니다. 그것이 바로 신선의 삶이란 은유입니다. 진정한 성취는 욕망을 버림으로써 도달할 수 있다는 미학적 결말이 많은 여운을 남겨 줍니다."
<아쿠타가와 작품선> (2000)은 35년의 짧은 생애를 살다 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라쇼몽''두자춘' '톱니바퀴' 등 13편의 단편소설을 실었다. 범우사ㆍ298쪽ㆍ9,000원 아쿠타가와>
남경욱기자 kwn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