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지역 일반 시민으로 구성 'KM색소폰 빅밴드' 23일 낮 현월봉 헬기장서58년만에 미군부대로부터 정상반환 기념
"58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온 금오산 정상에서 색소폰 연주를 선보입니다."
구미지역 색소폰 동호인 모임인'KM 색소폰 빅밴드'가 23일 금오산 정상 해발 976m의 현월봉에서 미군기지 반환 기념 공연을 펼친다. KM은 '금오 마운틴'의 영문 첫 글자로 '금오산'이란 뜻이다.
KM밴드는 이날 낮 12시30분~오후2시 1시간30분간 등산객들을 상대로 딜라일라, 화개장터, 베사메무쵸, 월량대표아적심 등 귀에 익숙한 노래 15곡을 색소폰으로 선사한다. 이날 공연은 기악 전문강사인 박경식(49) 단원이 소프라노 색소폰으로 간주와 지휘를 맡고, 구미1대 이두기(61) 교수와 삼성전자 부장인 최용호(51) 단장이 테너 색소폰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등 소프라노 앨토 테너 등 다양하게 구성된 15명의 색소폰 밴드로 이뤄진다.
공연에는 깜짝 이벤트도 있다. 등산객들을 상대로 즉석 노래자랑을 연 뒤 기념품을 선사한다. 행사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KM밴드 카페로 전송한 등산객 사진 중 우수작을 골라 상품을 전달하고, 모든 참여자는 카페 회원으로 받기로 했다.
이날 KM밴드가 금오산에서 공연을 갖기로 한 것은 미군의 통신기지로 58년간 출입금지였던 현월봉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미군은 6ㆍ25전쟁 직후인 1953년 11월 한미행정협정(SOFA)에 따라 금오산 정상 2만2,585㎡의 부지에 초소와 헬기장을 갖춘 통신기지를 만든 뒤 일반인의 접근을 막아왔다. 이 때문에 금오산을 찾은 등산객은 정상을 밟아 보지 못한 채 정상 10여m 아래에 머물다 하산했다.
미군은 1991년 이 통신기지를 무인시설로 전환한 뒤 사실상 방치, 등산객들의 반발을 사 오던 중 지난달말 구미시와 반환에 합의한 것이다. 반환 대상 부지는 금오산 정상을 포함한 주변 땅 5,655㎡.
KM밴드 박경식 지휘 감독은 "최근 미군 통신기지 반환 협약에 따라 현월봉을 오를 수 있게 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공연을 준비했다"며 "금오산 정상을 밟을 수 없었던 구미시민들의 한이 풀렸다"고 말했다.
취미와 봉사를 목적으로 모인 KM밴드 단원들은 이날 공연을 위해 고강도의 연습량을 소화했다. 대학교수와 의사, 전자 건설회사 대표, 대기업 간부 등 33명의 단원 직업이 모두 달라 한자리에 모여 연습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한달 전부터는 불참자에게 벌과금을 물리는 등 출석률을 높이기 위한 묘안도 짜냈다.
또 막내 격인 김민주(38ㆍ여)씨는 수 차례 몸살로 병원을 찾을 정도로 연습한 결과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만 통과할 수 있는 실력 테스트에 합격, 이번 공연에 합류하기도 했다.
KM밴드는 오는 30일 김천 탑웨딩에서 열리는 한국노총 경북본부의 노동절기념행사 축하공연을 비롯 다음달 7일 선산군민화합대회 초청공연, 20일 선산 성심요양원 공연 등 행사일정이 꽉 짜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최용호 KM 색소폰 빅밴드 단장은 "이번 공연은 구미시민과 금오산을 사랑하는 등산객들에게 새 봄을 알리는 향긋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봄 향기가 가득한 계절에 금오산으로 초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용태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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