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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벽에 태양광 모듈 871장 '탄소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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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벽에 태양광 모듈 871장 '탄소 제로'

입력
2011.04.2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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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환경과학원 기후변화연구동에 가보니태양광·지열로 에너지 해결… 절약시스템도 66가지 가동책상마다 센서로 조명 조절… 사무실엔 에너지量 모니터건축비, 일반의 1.4배 불구 전기요금·냉난방비는 0원

교통환경연구소, 국립환경생물자원관 등 환경관련 연구기관들이 모여있는 인천 서구 경서동 종합환경연구단지 서쪽에는 최근 이색건물 한 동(棟)이 들어섰다. 3년간 공사 끝에 22일 문을 여는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변화연구동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며 에너지 손실을 최대한 줄인'탄소제로건물'이다.

'지구의 날'(22일)을 맞아 20일 미리 가본 이 건물은 외관부터 독특했다. 햇빛을 모아 전기를 만드는 사각형 태양광모듈을 잇대어 외장재 대용으로 둘렀는데 마치 포스트모던 스타일의 현대미술관을 보는 듯했다. 지하1층, 지상2층 연면적 2,500㎡(약 756평)인 이 건물벽에 부착된 모듈은 모두 871장. 발전(發電)을 하면서도 건축단면적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건물에 들어서면 1층 중앙에 대형 시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10시37분을 가리키고 있는 이 시계는 '지구의 기후위기시계'다. 온난화와 가뭄, 폭설 등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의 멸망시기를 12시에 맞춘 시계다. 우리나라의 상황을 표시한 소형시계는 이보다 10분 빠른 10시47분을 가리키고 있다. 실내온도는 18도로 맞춰져 있어 춥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1층 홍보관 한 구석에서 자라고 있는 유자, 한라봉, 알로에 같은 아열대식물들은 생기가 돌았다.

저탄소연구실, 기후변화연구과 등 사무실 4개가 모여있는 건물 2층은'저탄소 녹색생활'이라는 이 건물의 건축목적을 구현하는 공간이다. 햇빛이 가리는 것을 막기 위해 연구실들을 전(田)자형이 아닌 일(一)자형으로 배치했다. 사무실마다 문 앞에 에너지사용량을 보여주는 모니터가 깜빡이고 있다. 전등사용량과 전열기사용량 3일치가 표시돼있어 날짜별로 에너지를 얼마나 썼는지 자가 진단할 수 있다.

연구실에 들어서니 지름 50㎝ 정도의 원형 전등이 환한 빛을 밝히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는'덕트'라 불리는 플라스틱 분광(分光)기구다. 자연광을 채광하면서도 열 때문에 실내온도가 너무 높이 올라가지 않도록 2중 캡을 씌워놓았다. 3중 창에 드리워진 블라인드도 신기했다. 햇빛량과 건물바깥의 풍속에 따라 자동으로 개폐된다. 햇빛이 많은 시간대에는 드리워져 있다가 해가 뉘엿해질 무렵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자동으로 올라간다. 책상마다 개인용 조명도 달려있는데 센서가 붙어있어 자리주인이 5분 이상 비우면 저절로 꺼진다.

이 건물 말고도 국내에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에너지절약형 건물이 몇 개가 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업무용 건물로는 최초라는 것이 환경과학원의 설명이다. 이재범(37) 환경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연구사는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면서도 생활공간인 만큼 쾌적성에도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가령 다른 에너지절약형 건물들은 창을 통한 에너지 손실을 막기 위해 햇빛이 들어오는 남쪽으로만 창을 내고 북쪽 창은 만들지 않거나 몇 개 안 만들지만, 이 연구동에는 대형 북향 창들이 여러 개 나있다. 창 밖으로 보이는 경인운하의 풍광에 눈이 시원하다.

66가지에 달한다는 에너지절약시스템과 태양광을 이용한 자가발전,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시스템 덕분에 이 건물의 전기요금과 냉난방 요금은 0원이다. 일반 건물이라면 그 비용이 연간 1억200만원 정도라고 하니 그 효과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건축비는 비싸다. 총 건축비용은 89억원으로 일반건물보다 1.4배 더 들었다.

경제성 여부와 별개로 이 기후변화연구동은 국내 저탄소정책의 아이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관에 앞서 체코, 베트남 환경부처의 고위관료들이 다녀갔고 앞으로 각종 환경관련회의들도 이곳에서 잇따라 열릴 예정이다. 마침 이날 이곳을 견학한 중국환경과학원 소속 공무원들은 "어떻게 하면 탄소 줄이기 생활이 가능한지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다. 놀랍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석주 환경과학원 기후대기연구부장은 "탄소배출량 줄이기는 시대적 과제"라며 "기후변화연구동은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녹색생활의 중요성을 몸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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