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500억 투자손실 관련… 권혁세 금감원장 "조사해 보겠다"
지난해 6월 1,000억원대 사모펀드를 구성,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한 KTB자산운용이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게 됐다. 이 펀드를 통해 부산저축은행에 500억원을 투자했다가 영업정지로 큰 손실을 본 포스텍은 KTB자산운용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청문회에서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KTB자산운용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은 "포스텍이 투자했던 당시 부산저축은행 후순위채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인 BB였다"면서 "KTB가 포스텍에 투자를 권유하면서 부산저축은행의 상태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안 했다면 책임이 있을 텐데 검사를 해 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권 원장은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포스코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학교법인 포스텍도 이날 KTB에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포스텍법인은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KTB의 사모펀드를 통해 부산저축은행에 투자된 법인 기금 500억원을 모두 손실 처리하기로 의결했다. 당시 투자를 결정한 김두철 본부장은 이날 청문회에 출석해 "당시만 해도 부산저축은행이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구노력을 하면 정상화된다고 들었다"면서 "KTB에 소송을 제기해 손실에 대한 배상을 받겠다"고 밝혔다.
포스텍과 이건희 회장이 사재 출연을 통해 설립한 삼성꿈나무장학재단은 지난해 KTB자산운용이 조성한 사모펀드를 통해 부산저축은행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법인 기금 500억원을 투자했다. 5년 동안 연 12% 정도의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조건이었지만, 당시 이미 부산저축은행 계열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알려진 상황이었다.
KTB사모펀드의 자금 수혈로 지난해 6월 부산저축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산부실이 가속화되면서 지난해 말 부산저축은행의 BIS 비율은 5%대로 추락하고 자본금은 완전 잠식됐다. 올해 2월에는 결국 모든 계열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평소 보수적 투자로 유명한 포스텍이 500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저축은행 증자에 투자한 이유에 대해 의원들은 "포스텍의 기금운영자문위원인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이 부산저축은행 대표와 고교 동문이기 때문은 아니냐"며 투자과정의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이 투자를 결정할 당시 상부 지시 등이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 본인 전결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최진주기자 pra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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