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골든컵대회 한국 대표로 출전 최규삼 바텐더
"친구들과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맛도 모르고 마셨던 술과 달리 톡 쏘면서도 알딸딸한게 '맛'있더라고요. 그때 흠뻑 빠졌죠."
방황하던 청춘이 칵테일에 취했다. 진로를 고민하다 우연히 서울 강남역 근처 바에 들러 마신 칵테일 '잭콕'이 최규삼씨를 술의 세계로 이끌었다. 칵테일을 배우고 익히고 연구한 지 10년째다. 현재 그는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조이바의 바텐더로 일한다.
그를 휘어잡았던 칵테일의 매력은 뭘까. 그는 "칵테일은 자기만의 개성이 뚜렷한 술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그저 비싼 양주를 선호했죠.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만의 색을 내고 싶어하고, 칵테일은 이런 욕구를 만족시켰죠. 예를 들면 내성적인 사람에게는 확 쏘는 칵테일이 의외로 잘 먹히고, 또 활달한 사람은 과일향이 들어간 달콤한 칵테일을 선호하죠. 맞춤형 술, 배합할 수 있는 게 칵테일의 가장 큰 매력인 셈이죠."
나한테 잘 맞는 칵테일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최씨는 새로운 시도를 해볼 것을 권했다. 많이 마셔보고, 기존 칵테일 말고 직접 바에 맞춤주문도 해보라고 했다. 가령 '맛을 달지 않되, 향은 달콤하게 해 달라', '보드카에 커피를 섞어달라'는 식의 주문은 결코 무례한 게 아니란다. 직접 해보면 더 좋다. 칵테일의 기본은 위스키, 럼, 보드카, 진, 데킬라 다섯 가지다. 그는 "이 중 하나를 기본으로 탄산수, 주스, 과일, 허브 등과의 배합을 시도해 보면 나만의 칵테일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칵테일 열풍으로 바텐더에 대한 관심은 늘었지만 진짜 실력 있는 바텐더를 찾아보기는 더 어려워졌다. 최씨는 "다양한 배합이 가능하다 보니 되레 아무나 만들 수 있는 술이라는 인식이 퍼졌고, 덩달아 바텐더의 대한 인식도 전문가라기보다 술집에서 일하는 사람 정도로 잘못 자리잡았다"고 지적했다. 그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 더 열심히 연구하고 새 것을 시도하는 한편, 국제무대 진출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6월 대만에서 국제바텐더협회가 주최하는 제17회 골든컵 대회에 한국 대표로 처음 참가한다. 국내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한 비장의 무기 '천국의 나날들'이 세계인들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 칵테일에 부는 '프레시' 열풍
007시리즈 스무 번째 작품 '007 어나더데이'에서 제임스 본드는 여성을 유혹하기 위해 칵테일 '모히토'를 권한다. 이처럼 칵테일은 이른바 작업 술로 분류돼왔다. 주로 독주가 쓰여 알코올 도수도 30도 안팎. 이런 칵테일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웰빙 바람을 타고 생과일과 허브 같은 천연 재료를 갈아 넣고 아예 알코올을 과감하게 생략하는 칵테일도 인기다.
쓰임새도 넓어졌다. 도시의 세련된 파티는 물론이고 가족 봄 나들이에도 칵테일이 등장한다. 아침식사 대용이나 디저트로도 손색이 없다.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최규삼(31) 바텐더에게 생과일을 활용한 칵테일 만드는 법을 물었다. 꽃과 신록의 잔치가 한창인 봄날,
알코올을 빼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색 칵테일 파티를 열어보면 어떨까.
▦ 보라보라 블루
파인애플의 단맛과 생강의 쌉싸름한 향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칵테일. 노랗게 잘 익은 파인애플을 써야 제 맛이 난다. 생강즙을 이용해 만든 소다수 진저엘을 쓰면 좋지만, 구하기 어렵다면 생강즙을 사용해도 괜찮다.
재료=생강 10g, 꿀 30㎖, 파인애플 1/16개, 사이다 조금
만드는 법=파인애플과 생강을 도깨비 방망이나 믹서기로 으깬 후 꿀을 넣어 섞는다. 사이다를 넣고 흔들어준다. 남은 파인애플을 얇게 잘라 잔에 꽂아 장식한다.
▦ 토마토 바질 칵테일
마치 샐러드를 갈아서 먹는 느낌이 든다. 바질 고유의 향이 밍밍한 토마토 주스에 신선함을 더한다. 치즈를 곁들이면 훌륭하다. 기름진 식사 후 추천할 만하다.
재료=토마토 1개, 바질 다섯 잎, 꿀 30㎖, 사이다 조금
만드는 법=토마토와 바질을 도깨비 방망이나 믹서기로 갈아 준다. (이때 바질은 모양이 너무 으스러지지 않도록 손으로 살짝 뜯어주면 향이 더 난다) 사이다와 꿀을 넣고 잘 흔들어준다.
▦ 애플 요거트 스쿼시
사과의 달콤함과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사과와 우유를 사용해 한 잔으로도 포만감을느낄 수 있다. 아침 식사 대용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재료=사과 1/4개, 레몬 1/2개, 꿀 30㎖, 우유 90㎖
만드는 법=곱게 간 사과와 레몬을 짓이겨 즙을 내고 꿀과 우유를 섞어 흔든다. 남은 사과를 잘라 잔에 꽂아 장식한다.
▦ 천국의 나날들
최규삼 바텐더가 국내 대회에 선보여 1위를 차지한 칵테일이다. 생과일 칵테일과 달리 알코올(미도리)이 들어가지만, 라임과 허브(차빌)의 조화가 상큼한 맛을 내 가족 식탁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재료=라임 1/2개, 차빌, 리치 주스 20㎖, 베네딕틴 20㎖, 미도리 30㎖, 비터(쓴 맛을 내는 향료) 3방울
만드는 법=라임을 껍질째 차빌과 함께 살짝 으깬다. 리치 주스, 베네딕틴, 미도리와 비터를 넣고 흔든다. 손등에 묻혀 맛을 본 후 얼음을 넣고 다시 한번 흔들어준다. 두 번 체에 거르고 차빌과 라임을 얹어 장식한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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