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 문제를 다루기 위한 국회 청문회가 그제와 어제 이틀 열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급증하면서 초래된 저축은행 부실은 국내 금융시스템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이다. 올 들어서만 저축은행 8곳이 영업정지를 당했고, 연체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금융권 전반의 연쇄 부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부실을 초래한 원인을 정확히 분석해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 부실의 원인은 대주주들의 도덕적 해이와 함께 정책과 감독 실패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봐야 한다. 정부는 최근 10년 동안 상호신용금고 대신 저축은행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도록 허용했고, 예금보호한도를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늘려줬으며, 리스크가 큰 PF 대출에 올인 하는 걸 사실상 방치해 왔다. 따라서 청문회는 누가 잘못된 정책을 만들었고 감독을 소홀히 했는지 밝혀냄으로써 다시는 부실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혁을 고민하는 자리였어야 한다.
그러나 부실을 초래한 책임 소재나 원인 분석은 뒷전으로 밀린 채 오로지 정략적인 네 탓 공방만 하다 말았다. 야당 의원들은 "현 정부가 PF 대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도 감독을 제대로 못한 책임이 크다"고 현 정권의 책임을 집중 부각했고, 여당 의원들은 "저축은행 사태의 뿌리는 김대중ㆍ노무현 정부가 PF 대출을 조장한 데 있다"며 "현 정부는 폭탄을 떠안은 책임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 8명의 전ㆍ현직 관료들 또한 누구 하나 책임을 인정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당시에는 최선의 정책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큰 요인은 대주주와 경영진의 모럴해저드"라며 비켜갔다. 정치권이 당초 청문회를 연 의도는 저축은행 부실을 초래한 정책 및 감독 실패의 책임 소재를 규명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치권은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데 치중하고, 정책 및 감독당국 수장들은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으니, 애초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이런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들만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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