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16개 시도교육청 시설담당자회의를 열어 담장 없는 학교에 투명펜스(울타리)를 설치하도록 요청했다고 21일 밝혔다. 최근 학교 안팎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이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지난 10년간 학교 공원화 사업을 벌인다며 담장을 허문 뒤 학생 안전 문제가 제기되자 다시 울타리를 치는 셈이어서 지자체와 교육 당국의 정책적 혼선으로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교과부는 별도의 예산 지원 없이 시도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설치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해에도 학생안전강화학교를 지정해 청원경찰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시도교육청의 예산 부족으로 아직 단 한명의 청원경찰도 배치되지 않은 실정이다.
전국의 담장 없는 학교는 1,909개로, 이 가운데 초등학교는 1,145개(전체 초등학교의 19%)다. 특히 서울시는 2001년부터 학교 공원화 사업의 하나로 학교 담장을 허무는 사업을 펼쳐 서울시내 초등학교의 21.8%인 128곳, 중학교의 9.8%인 38곳, 고교의 10%인 32곳 등 198곳이 개방돼 있다.
교과부가 설치하도록 한 투명펜스는 높이 1.8m로 설치 비용은 학교당 3,000만~4,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교과부는 추산하고 있다. 교과부는 투명펜스 설치 등 학교안전실태를 점검해 시도교육청 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교 공원화 사업 등으로 담장 없는 학교가 많아지면서 안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학교와 교육청 차원에서 안전 강화 대책을 강구하도록 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예산 문제에 대해서는 “시도교육청과 지자체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며 “이미 각종 학교 시설 개선에 예산이 투입되고 있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조정하면 충분히 투명펜스를 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서울의 경우 서울시가 담장 없는 초등학교 중 안전 취약 지역의 학교 20곳에 10월까지 안전펜스를 설치할 계획을 밝혔을 뿐 서울시교육청은 별도의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상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미 올해 예산은 다 편성됐기 때문에 특별재정교부금 등 교과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또 자원봉사 차원에서 운영된 배움터지킴이의 근무형태를 계약근무제로 전환하고, 취약시간대에는 근무교대가 가능하도록 2명 이상의 배움터지킴이를 운영할 것을 시도교육청에 요청했다. 그밖에 외부인의 침입이나 화재 등을 감지해 담당자에게 경보음을 울리거나 문자 메시지를 전송하는 지능형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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